비급여 진료 통제해야 의료 붕괴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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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 통제해야 의료 붕괴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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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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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분만 난민까지 의료선진국이라고 자랑하던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왜 갑자기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일까?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동네 병의원 비급여 진료가 의사가 부족한 상태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텨 온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체계에 회복 불능의 치명타를 날렸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의사들은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진료하는 대학병원과 큰 종합병원을 떠나 경증 환자와 비응급환자를 진료하는 동네 병의원으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동네 병의원 의사가 6000명 넘게 느는 사이 상급종합병원에서는 1850명밖에 늘지 않았고 큰 종합병원 의사는 오히려 200명 넘게 줄었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증가율은 20% 낮아졌지만 동네 병의원 의사 증가율은 30% 넘게 높아졌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이 동네 병의원으로 옮겨간 이유는 동네 병의원 의사 연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20년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 연봉은 1억 6000만~1억 8000만원인 반면 동네 병의원 의사 연봉은 3억 2000만원으로 연봉 격차가 2배에 달한다. 대학병원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만으로 연봉이 2배 더 많은 동네 병의원으로 의사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네 병의원 의사들의 연봉이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는 수익률 높은 비급여 진료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필수적인 의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면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비급여 진료는 크게 줄었으나 동네 병의원 비급여 진료는 줄지 않거나 오히려 빠르게 늘었다.

로봇수술이나 고가 항암제 신약처럼 의학적으로는 필요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아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못하는 대학병원의 비급여와는 달리 동네 병의원 비급여 진료는 대부분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어 선진국에서는 잘 하지 않는 진료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에서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내과와 가정의학과의 근거 없는 건강진단과 태반주사를 비롯한 각종 영양미용주사, 안과의 비급여 인공수정체와 각종 검사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2021년 동네 병의원 비급여 진료비는 약 10조원, 수익률은 약 190% 이므로 비급여 진료의 순이익은 약 4.7조원 의사 1인당 82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과목별로 보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있어야 할 의사들이 고수익 비급여 진료를 좇아서 동네에 있는 병의원으로 옮겨 가는 양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비급여 진료가 많이 늘어난 재활의학과, 안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신경과에서 동네 병의원 의사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비급여 진료가 별로 늘지 않은 산부인과와 외과, 소아청소년과는 반대로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중환자 응급실을 지켜야 할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개원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뿐만 아니다. 동네 병의원의 비급여 진료 증가는 전공의 지원율에 영향을 미쳐 대학병원의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체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2019년 80%였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23년 16%로 급락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4곳 중 1곳만이 24시간 소아 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곤 소아청소년과 의사 연봉은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다른 동네 병의원 의사의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생긴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락한 것이다.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는 대신 의사들 주장대로 건강보험 진료비 가격을 올려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 연봉을 동네 병의원 의사 연봉 수준으로 높이려면 국민들이 약 5조원을 건강보험료와 진료비로 더 부담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대한민국 의사의 연봉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들이 돈을 내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네 병의원이 앞으로 비급여 진료를 더 늘리면 연봉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 국민 부담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늘어날 수 있다.

이제까지 비급여 진료를 방치한 보건복지부와 이상한 실손보험을 만들어 비급여 진료를 부추긴 금융위원회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비급여 진료의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 원가의 2배에 달하는 높은 비급여 진료 수익률이 비급여 진료가 빠르게 늘어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들처럼 병의원이 실손보험 환자를 진료하려면 민간 보험회사와 비급여 진료 가격을 정해서 계약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급여 진료가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용과 성형을 주로 하는 병의원은 건강보험제도 밖에서 자유롭게 영업하도록 허용하되,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비급여 진료를 하도록 해야 한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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