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의 국회의원총선 지원유세 거부가 길어지자 동생인 박근령 씨를 충북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근령 씨는 임명되자마자 충북에 내려가 고전 중인 한나라당 후보지원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차녀인 근령 씨라도 투입해 국회의원 몇 석 건져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러나 누구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언지 모르지만 참 한심하고 해괴한 발상이다. 근령 씨 동원으로 그나마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해버린 셈이다.
근령 씨는 언니인 박 전 대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경력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본 일도 없는 보통여자일 뿐이다. 한나라당과도 인연이 없다. 억지로 충북과 인연을 찾는다면 박 전 대통령부인 육영수 여사 고향이 충북이라는 연고 정도다. 그것도 언니인 박 전 대표가 평소 충북을 깍듯이 챙긴 것과 달리 거의 인연을 끊고 살아온 근령 씨다. 한나라당이 얼마나 급했으면 그럴까도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잡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에서 고전하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근령 씨 지원으로 도움을 받을지도 의문이다. 충북 지역 유권자들이 평소 아무 연고도 없는 근령 씨가 “어머니 고향이 충북”이라며 한나라당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한다고 후보들을 찍어줄 것 같지도 않다. 아니나 다를까. 근령 씨가 한나라당 후보 유세장에 늦게 나타나자 유권자들이 야유를 퍼붓는 소란이 벌어졌다 하지 않는가.
들리기로는 박 전 대표가 선거 막바지 충북을 포함해 여야 후보가 경합 중인 지역을 골라 지원유세를 나설 것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한나라당 지도부가 덜컥 근령 씨를 동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근령 씨를 동원해 그다지 효과도 거두지 못하면서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가능성까지 차단한 하지하책이 근령 씨 선대위원장 임명이다.
물론 박 전 대표의 책임도 없지 않다. 탈당한 친박 후보들에 대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가 몸담은 곳은 엄연히 한나라당이다. 또 한나라당은 지금 과반의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직 대표로서 한나라당이 간절히 원하는 지원 유세를 외면할 위치가 아닌 것이다. 정 친박 후보들이 마음에 걸린다면 친박 후보 없는 지역의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면 되지 않는가. 박 전 대표의 `대구 달성 농성’이 근령 씨의 개입을 불러왔고, 결국 집안 전체가 우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