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부족·운영 미숙에다가 폭염과 태풍으로 잼버리는 88서울올림픽 이후 빛나는 국제 행사 성공의 역사를 써오던 대한민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프랑스 유력 매체 일간 르몽드는 ‘정치적 스캔들로 번진 한국 스카우트 대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잼버리 관계자들의 비용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면서 ‘잼버리가 폭염과 태풍을 겪고 나서 정치적 폭풍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잼버리가 ‘나라 망신’으로 점철된 이유에 대한 의문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전 정권이 감당한 기반 시설이 왜 엉터리였느냐 하는 것이고, 정권이 바뀐 지 1년여가 지났는데도 준비와 관리가 왜 그 모양이었느냐 하는 것이다. 허허벌판, 물도 잘 빠지지 않는 간척지에 수만 명이 텐트를 치고 치러야 하는 국제 대회를 유치해놓고 방심한 일은 어떤 경우에도 한 일방의 허물이 아닌 부끄러운 총체적 참사다.
무엇보다도 전라북도가 국제 행사를 유치한 후 예산만 챙기고, 일이 잘못되자 중앙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외국 남성 지도자가 여성 샤워실에 침입한 사실을 놓고 잔칫집 주인 전북 잼버리 책임자가 소란을 피우다가 퇴영을 결정한 행동 근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2월 이후 15개 부처가 참여하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정부지원위원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국난(國難)이 닥칠 때마다 이름 없는 백성들이 목숨 걸고 나서서 나라를 지킨 역사처럼 이번에도 위정자들이 망친 국제 대회를 지킨 것은 국민이었다. 전국각지로 흩어진 세계의 청소년들이 그나마 한국민들의 따뜻한 인심을 맛보고 돌아갔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부디 ‘남 탓’부터 앞세우는 추태를 드러내지 말기를 당부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다시는 이런 남우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제도적 장치와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제발 멱살 잡고 싸우지 말라. 무릎 꿇고 처절한 반성문부터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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