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흉기를 든 악한을 우연히 맞닥트리는 일은 이제 머나먼 미개국의 얘기도, 다른 도시의 얘기도 아니다. 얼마 전 영주경찰서는 평소 자신을 무시한 직장 상사를 죽이겠다며 대형 칼을 들고 도심 대로변에서 설친 남자를 검거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에서 행인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도 경찰에 붙잡혔다. 그야말로 일상이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는 형편이다.
리서치 전문기업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최근 대한민국 성인남녀 4,0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부가 흉악범을 영구 격리하기 위해 절대적 종신형 신설에 나선 것에 대해 68.9%가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체감하는 불안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불안해서 외출이 꺼려진다’는 의견이 48.9%로서 ‘약간 불안하지만 괜찮을 것 같다’ 39.3%보다 훨씬 높았다. ‘불안해서 도저히 외출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답변은 6.4%였고, ‘전혀 불안하지 않다/아무 느낌 없다’는 대답은 5.5%에 불과했다.
일부 회의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판사들은 물론 대다수 전문가는 법무부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추진을 찬성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는 한국 상황에서 잔인한 강력 범죄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사회 병리적 현상은 처방이 복잡하지만, 지금은 우선 범법자들의 ‘제아무리 많은 살인을 저질러도 사형은 당하지 않는다’는 잔혹한 방심부터 차단해야 한다.
문제는 국회다. 앞서 17대, 20대 국회는 발의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폐기 처분했다.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 궤변으로 현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묻지마 살인’, ‘묻지마 폭행’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피폐해지는 민심을 헤아려야 한다. 당장 국민이 모두 도망칠 수는 없으니, 그들 흉악범을 영구 분리하는 게 유일한 방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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