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합의'는 21세기 국제질서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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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합의'는 21세기 국제질서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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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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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8월14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대서양 해상의 영국 군함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서 만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 구상을 담은 ‘대서양 헌장’을 발표했다.

20세기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서 제도적 기초로 작동하게 된 ‘국제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이 모두 이 ‘대서양 헌장’의 8개 조항에서 비롯했다. ‘대서양 헌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가장 풍요로운 ‘장기 평화’ 시대를 상징하는 문서였던 것이다.

2023년 8월18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미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어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한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한 ‘캠프데이비드 정신’과 ‘캠프데이비드 원칙’, 그리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3개 문서엔 세계적 차원의 ‘장기 평화’를 21세기에도 지속시키려면 한미일 3국의 안보 및 경제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선언이 담겼다. ‘대서양 헌장’에 20세기 국제질서의 청사진이 펼쳐져 있었던 것처럼 한미일의 ‘캠프데이비드 합의’엔 21세기 국제질서의 설계도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미일의 대전략은 지구적 차원에서 ‘민주국가 대(對) 독재국가’의 대립 구도를 명확히 하는 데 수렴했다. 여기엔 민주국가의 연대 확대를 통해 독재국가에 대한 지정학 및 지경학 우위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유럽 전역(戰域)에선 ‘나토’의 결속력을 확인하고 스웨덴·핀란드를 가입국으로 받아들여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 증강을 노린다. 또 인도·태평양 전역에선 ‘4자 협의체’(쿼드) 및 ‘호주·영국·미국 안보동맹’(AUKUS·오커스)을 통해 중국에 대한 억제력 증강을 도모한다.

유럽과 인·태 동맹국의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이 같은 구상의 정점에 ‘캠프데이비드 합의’가 존재한다. 중국과 러시아로 이루어진 유라시아 ‘심장지역’에 대한 민주국가들의 포위망 구축을 완성하겠단 의지가 뚜렷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20세기 민주국가 연대의 주역이 미국과 영국이었다면, 21세기 민주국가 연대의 주역은 한미일 3국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나토 회원국과 쿼드 및 오커스 국가들을 잇는 선을 지도 위에 그려보면 영국 런던에서 벨기에 브뤼셀을 찍고 인도 뉴델리를 거쳐 캔버라를 돌아 일본 도쿄에 다다른다. 유럽과 남아시아, 그리고 서태평양을 포괄하는 하나의 전략적 원호(圓弧)가 중국과 러시아를 넉넉히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유라시아 심장지역 포위망 완성에서 남은 유일한 과제는 미국 워싱턴에서 서울과 도쿄를 이어 동아시아로 그 전략적 원호를 확장하는 일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관계를 넘어 지역적 차원에서, 그리고 지구적 차원에서 매우 큰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었던 연유(緣由)가 여기에 있다.

한일관계 교착은 민주국가 입장에선 중국을 압박할 유라시아 심장지역 포위망의 맹점(盲點)이었고, 중국 입장에선 민주국가들에 탈(脫)압박으로 맞설 포위망의 틈새였던 것이다. 즉, 한미일의 ‘캠프데이비드 합의’는 유라시아 심장지역에 맞선 민주국가들의 전략적 공혈(孔穴)을 메운 역사적 이정표인 셈이다.

윤 대통령·기시다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할 때 3국은 더 강해지고 세계는 더 안전해진다”며 “난 두 정상과 함께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시작하고 인·태 전역에서 선의의 힘이 되겠다”고 결의했다. 그의 선언처럼 한미일 안보협력은 21세기 세계적 차원의 ‘장기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국제 공공재(公共財)인 것이다.

21세기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려는 민주국가 연대의 요청에 대한 한국의 헌신적 역할을 기대해본다.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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