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은 지방정부의 무능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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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은 지방정부의 무능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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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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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된 원인에 대한 책임 논란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논란은 속시원한 결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급속도로 잠잠해지고 있다. 이번 논쟁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역량에 관한 비판은 우리가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잼버리의 파행에 지방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은 경청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지방정부의 역량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며, 분권화를 통한 지방자치가 반드시 좋은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비판은 현재 한국의 지방자치의 현실을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이해한 결과이다. 지방정부의 책임성이 문제라면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지역 정치를 살려야 한다.

중앙 차원에서 행정부와 국회가 서로 견제하며 권력 남용과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듯이 지역 차원에서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찾아갈 때 비로소 지방정부가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새만금 잼버리 개최 전부터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지역 언론 등에서 다뤄왔음은 이미 알려져 있다.

전라북도청과 전라북도의회, 그리고 지역 언론의 상호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였다면 이와 같은 파행에 보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자원은 여전히 부족하며 광역단체 단위에서 보면 광역단체장의 영향력은 도의회를 압도한다. 호남 지역 정치 지형의 특성상 오랜 기간동안 같은 정당에서 도지사와 도의원 절대 다수를 배출하여 견제와 균형 기능이 취약하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초래한 구조적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서 보면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역단체장을 선출한 이후 30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지방정부의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확보하여 지역의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도가 높지 않은 공항과 도로를 건설하는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지방분권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반례를 제시하며 잼버리 사태를 지방정부의 실패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지자체에서 주관한 성공적인 국제 행사도 많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배분받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지방정부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 때문이며 지방정부의 재정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가지 견해는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를 행정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오면 책임 소재 공방이 다시 재개될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는 관계자들이 정해진 규정에 따라 합당한 업무를 수행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기 때문에 또다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지역 정치의 활성화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비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하여 지역 단위에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부합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재정 자립도를 높이고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하자는 지방분권론자들의 주장 또한 지방의회의 활성화를 필요로 한다. 지역 의회와 언론이 자치단체의 권력 남용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이 타당할 수 있다.

지방자치가 발전한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방의회가 취약한 상태에서 지역의 집행부 중심으로 지방분권화를 성취한 나라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 특정 지역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정당이 존재하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지방의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당법 개정을 통해 지역정당을 허용해야 한다. 지역의 현안과 의제에 집중하는 지역 정당의 출현은 지역주의 정당의 일당 지배의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다.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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