浦項과 靑魚, 청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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浦項과 靑魚, 청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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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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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선비를 살찌우는 물고기’ 청어가 포항의 시어(市魚)로 선정됐다. 지난 1995년 갈매기(시조), 장미(시화), 해송(시목)이 포항의 상징물로 지정된 후 약 30년만이다.

포항은 215km의 긴 해안선을 품은 환동해의 중심지로 동해안 최대의 수산물 생산과 유통이 이루어지는 대표적 해양수산도시다. 이러한 포항의 정체성과 강점을 더욱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도시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이 시어를 지정한 것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포항에 있어 청어가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청어는 예로부터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 중 하나였다. 청어 어획량이 급증한 것은 조선시대로 알려져 있는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산란기에 무수한 청어가 떼를 지으면 바다를 뒤덮을 정도였다고 한다. 임진왜란때는 수군이 청어를 잡아 군량미에 보태기도 했고, 값싸고 맛있어 선비들을 살찌게 하는 물고기란 뜻의 ‘비유어(肥儒魚)’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예부터 수많은 등푸른생선 가운데 청어(靑魚)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등푸른생선의 표본이었던 것이다.

청어는 조선시대 전국의 바다 전역에서 잡혔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했던 곳은 영일만, 바로 포항이었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영일현에서는 청어를 나라에 공물로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음력 11월에 장기 바다에 나타나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크기가 점점 더 작아진다고 기록되어있다. 그만큼 포항의 청어가 크고 맛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전국 어획량의 대부분을 포항 청어가 차지했는데, 다산 정약용이 장기 유배 시절 전수해준 명주실 그물은 청어 어획량 증대에 큰 기여를 했으며, 일제 강점기 ‘동아일보(1931년 2월 6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국 청어 어획량의 70%가 포항산으로, 청어 어획기에는 수많은 어선과 노동자들이 포항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과거보다 어획량이 많이 줄었지만 꾸준히 어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어획량이 다시 크게 늘어 포항에서 위판된 청어가 전국 위판량의 50퍼센트를 웃돌고 있다.

포항의 대표적 특산물인 과메기의 원조 역시 청어인데, 현재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과메기는 꽁치 과메기지만 청어 과메기 역시 계속 생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등푸른회 무침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처럼 포항의 역사와 지역성, 시민 정서를 담고 있는 청어는 포항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한 지역 대표 수산물로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먹거리이자 생계수단으로 그 역할을 해왔다. 청어의 정체성이 곧 포항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많은 지자체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어종을 시어로 지정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고등어를 시어로 지정하고 지역 정체성과 상징성을 담은 캐릭터를 개발하여 이를 활용한 기념품을 제작·판매하고 있으며, 부산 송도 해수욕장에서는 매년 고등어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한 이웃 도시 울릉과 영덕, 경주도 오징어, 황금 은어, 참가자미를 군어(郡魚), 시어(市魚)로 지정하여 지역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포항 역시 새로이 청어를 시어로 지정한 만큼 포항이 가진 역사, 상징적 의미, 그리고 인문학적 정체성들을 담아 다양한 지역 마케팅에 활용한다면 글로벌 해양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는데 하나의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이상준 향토사학자·포항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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