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파업 ‘발등에 불’… 중재자 안 보인다
  • 모용복국장
포스코 파업 ‘발등에 불’… 중재자 안 보인다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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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로
포항제철소 50년 만에 ‘셧다운’
포스코 노조의 교섭 결렬 선언

1년 만에 가동중단 재현 위기
노조 힌남노 복구 노력 청구서
포항 시민 공감대 얻을지 의문

국내외 경제상황 엄중 속 파업
포항 경제·협력사 벼랑 내몰아
포항시·정치권 손놓을 일 아냐
모용복 편집국장
모용복 편집국장
지난 1973년 6월 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고로가 이 땅에 최초로 쇳물을 토해냈다. 이어 같은 해 7월 3일 제1고로 완전 준공으로 국내 최초로 일관제철소 가동에 들어가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서막을 알렸다.

포스코 일관제철소는 제선, 제강, 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종합제철소로서 반세기를 거치는 동안 한 차례도 중단없이 가동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사상최악의 극한호우로 여의도 3배 면적의 포항제철소가 가동 50년 만에 처음으로 ‘셧다운(전체 공정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로 인해 포스코가 입은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지난해 포스코의 매출 감소액은 2조400억원, 포스코 납품 기업의 매출 손실액은 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힌남노 침수피해로 인한 포스코의 매출감소는 곧바로 포항시로 ‘불똥’이 튀었다. 올해 포항시가 포스코로부터 거둬들인 법인지방소득세는 78억원으로, 지난해 거둬들인 874억원에 비해 무려 796억원이 감소했다. 이는 포스코 지방소득세 의존도가 높은 포항시 살림이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방증한다. 포항시와 포스코가 동반자 관계를 넘어 운명공동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항력 앞에서 포스코는 좌절하지 않고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복구에 나선 결과 침수 135일만에 기적적으로 제철소를 완전 복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포항시민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헌신적인 도움도 컸다.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포스코와 세수 감소로 살림이 팍팍해진 포항시는 고통을 감내하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런데 힌남노 피해 1년이 흐른 지금 포항제철소가 또다시 가동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이번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인한 재난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 노조는 지난 5일 24차 교섭을 끝으로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10일에는 포스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중앙노동위에 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10일간의 조정기간을 거쳐 노사간 합의가 어려우면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고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노조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 수순을 밟는다. 사실상 포스코가 파업사태에 직면한 셈이다.

노조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를 벌인 직원들의 노력에 대한 청구서로 기본급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목표 달성 성과급 200% 신설, 조합원 문화행사비 20억원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이 같은 요구가 너무 과도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포스코가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힌남노 피해 복구에 성공한 배경에는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각계각층 포항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운 공이 작지 않다. 수마(水魔)에 일터를 앗긴 직원들이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복구작업에 뛰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포항시민들은 대의(大義)와 의리를 위해 오직 포스코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분무기를 메고 삽을 든 것이다. 이런 시민들의 헌신을 생각할 때 포스코 노조의 요구는 명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자칫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칠 우려마지 없지 않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엄중한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다. 60조에 달하는 ‘세수펑크’로 인한 지방교부세 급감으로 전국 지자체마다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포스코 내부로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면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전쟁이 발발해 세계경제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산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포스코가 가동을 멈춘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그야말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빠져들 것이 명약관화하다.

노조는 세계 최고 철강회사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조합원들의 임금이 형편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공감하는 포항시민들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 든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단체행동은 그동안 함께 고생한 협력사들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다수의 지역기업들이 힌남노 피해를 입고 도산하거나 아직까지 피해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작은 돌멩이 하나에 개구리는 목숨을 잃듯이 협력사와 그에 딸린 수많은 직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창립 이후 55년 동안이나 무파업 기록을 자랑하던 포스코가 노조의 쟁의행위로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하자 지역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협회는 호소문을 통해 “포스코가 멈추면 협력사와 직원들은 더이상 살아갈 수 없다”며 노조에 대해 교섭결렬을 철회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포스코 파업 위기가 현실화 하자 포항시는 지난달 19일 근로자·사용자 대표, 공익 대표, 민간 전문가 6인으로 이뤄된 긴급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포항시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포항시장이 직접 호소문 발표를 통해 노조에 포항시민의 우려를 전하고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포스코 파업은 포항경제에 직격탄이다. 지난해 힌남노 침수 피해가 이를 증명한다. 올해 심각한 포스코 세수 부족을 겪은 바 있는 포항시가 포스코 노조 쟁의행위에 대해 ‘강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은 모두가 손놓고 있을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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