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무스가 보여주는 공존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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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무스가 보여주는 공존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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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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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조금씩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 환율과 유가 급등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하루를 보내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매일 뉴스에서 인질, 사상자, 협상 등의 용어를 듣다 보니 일상의 반복된 삶도 축복이라 느껴진다.

이번엔 중동지방의 대표적 음식인 후무스를 소개하려 한다. 후무스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콩 퓌레(곱게 간 음식)이다. 고소한 맛이 돋보이며 피타브레드로 찍어 먹으면 일품이다. 일단 후무스를 소재로 한 코믹한 단편영화로 문을 열어 볼까 한다.

2005년 발표된 ‘웨스트 뱅크 스토리’는 후무스를 둘러싼 아랍과 이스라엘의 경쟁과 대립을 코믹하게그려낸 단편영화이다. 여주인공 파티마는 후무스헛(Hummus Hut)이라는 아랍계식당에서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다. 파티마는 가자지구에 배치된 이스라엘 군인인 데이비드와 사랑에 빠진다. 파티마 식당 옆에서 데이비드의 가족은 코셔킹(Kosher King)이라는 식당을 운영한다. 파티마와 데이비드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에 빠지고 양쪽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후무스. (이스라엘 공식 유튜브 캡처)
어느 날 파티마의 식당에 불이 나고 불씨는 결국 데이비드 식당에도 옮겨붙어 결국 두 식당은 모두 전소되고 만다. 모든 집기가 잿더미가 된 와중에도 두 식당은 서로를 비난한다. 마침 손님들이 장사를 하는지 묻고 이에 각자가 현재 만들 수 있는 메뉴 한가지씩을 만들어 함께 장사를 한다. 결국 극적인 화해는 없지만 재난 상황에서 서로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이스라엘과 아랍의 상황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는 이웃한 두 식당이 서로를 저주하고 적대시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스라엘을 빗대어 묘사한 데이비드의 가게는 바로 옆 가게와 장벽을 쌓아 분리하려 한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분리하는 현 상황을 연상시킨다. 파티마의 가족들은 항상 무기를 들고 주변을 위협하는데, 이 장면은 중동지역이 전쟁상황에 휩싸인 요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약 20년 전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요즘 TV에 나오는 전쟁 장면과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후무스를 둘러싼 이런 대립은 영화 속 소재로만 끝나지 않고 현실화되었다. 세계 최대 후무스 타이틀을 두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도전과 기록 경쟁을 이어간 것이다.

2010년 레바논의 람지셰프와 베이루트의 300명의 요리학과 학생들은 1만542㎏ 정도의 후무스를 직경 7.17m의 접시에 담았다. 이 후무스는 기네스북의 공식기록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후무스로 인정되었다. 이에 뒤처질세라 이스라엘은 2015년에 약 1만5000㎏의 후무스를 만들었지만 기네스북 담당자가 안전을 이유로 입국하지 못하면서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후무스를 두고 특히 팔레스타인은 영토를 빼앗아 간 이스라엘이 이제 자신들의 음식도 강탈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조금 다른 상황이다. 1948년 건국 이후에 해외에서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이주하였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를 조금씩 가지고 입국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구심점이 되는 공통의 음식문화가 부족했고 이에 후무스를 자신들의 음식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를 계속 진행했다.

원래 후무스라는 말은 아랍어로 칙피(병아리콩)를 의미한다. 역사 기록에는 13세기경 이집트 카이로에서 소비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칙피는 이집트콩이라고도 불린다. 후무스 종주국은 딱히 한나라를 지명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 이유는 이 음식이 아랍지역,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그리스에서도 즐겨 먹기 때문이다. 바로 음식의 종주국을 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가장 큰 사이즈로 경쟁이 옮겨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적대적인 양국에서 공통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평화로 이르는 지름길로 이끌어 주지 않을까? 영화 ‘웨스트 뱅크 스토리’의 마지막에는 아랍과 이스라엘 주민들이 함께 후무스를 나누어 먹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의 경우 남북이 만나서 평양냉면을 나누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음식마저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다.

음식전쟁의 대상이 된 후무스는 전 세계에서 핫한 중동 음식이 된 지 오래다. 아랍이민자들이 유럽과 미주로 퍼지면서 그들의 음식은 건강식으로 인정받게 됐다. 뉴욕의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후무스를 전채요리로 제공하기도 한다.

채식주의의 유행에 따라 주목을 받게 된 이유도 있다. 후무스는 동물성 단백질 대신 콩단백으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고 샐러드, 플렛브래드 등 건강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주재료인 병아리콩은 건조된 상태로 유통이 되는데 100g 당 20.5g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건조된 콩부터 불리는 것이 힘들다면 콩 통조림을 이용하면 더욱 간편하다. 이 병아리콩을 하룻저녁 찬물에 불려 사용한다. 불리면서 부피가 두 배로 불어난다. 콩이 더 잘 익게 하기 위해 베이킹 소다를 약간 넣어준다. 손으로 만지면 부드럽게 으깨질 정도로 삶는다. 찬물에 식혀서 가능한 많은 껍질을 걷어낸다. 여기에 참깨소스인 타히니, 레몬주스, 큐민(cumin)을 넣고 곱게 갈아준다. 타히니, 칙피통조림은 요즘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전호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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