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파업 위기 ‘영일만 친구’는 없었다
  • 모용복국장
포스코 파업 위기 ‘영일만 친구’는 없었다
  • 모용복국장
  • 승인 2023.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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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포항 시내버스 파업직면
포항시, 행정력 총동원 신속대응
이 시장 적극 중재로 파업 면해
 
창사 55년만에 파업직면 포스코
중노위 회의서 잠정합의안 도출
6개월 동안 24차례 임단협 진행
포항시 ‘강 건너 불구경’ 대조적

포스코 파업시 포항 세수 직격탄
지역 경제계·시민 파업자제 호소
포항시는 중재노력 의지 안 보여
‘영일만 친구’ 의리는 어디 갔나

지난 2021년 포항시 시내버스 회사인 ㈜코리아와이드포항 노사(勞使)는 그 해 8월부터 이어온 임금협상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10월 29일부터 파업이 예고됐다. 이 과정에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두 차례 노동쟁의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조정중지결정이 내려졌다.

‘시민의 발’인 포항시내버스가 올스톱 될 위기에 처하자 포항시는 600여명의 행정인력을 투입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파업강행에 대비해 시내지역에는 전세버스 200대를 확보해 대체 운행하고 읍면 지역에는 수요응답형 택시 30대를 도입해 무료로 시민 수송에 대비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파업으로 시민들이 겪을 불편함과 불안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파업 예정 하루 전날인 10월 28일 자정 유관기관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파업 철회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 협조를 구하고 밤샘 교섭을 이어갈 것을 강력 요청했다. 이에 노사는 파업 예정시간 1시간을 앞두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파업 위기를 넘기게 됐다.

창사 55년 만에 파업 위기에 처했던 포스코가 지난달 31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파업을 면하게 됐다. 오는 9일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지만 노사 간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합의안 가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지난 5월 사측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24차례에 걸쳐 임단협을 진행해 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 10월 28~29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합원 1만1145명 가운데 1만756명(투표율 96%)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8367명(75%), 반대 2144명(21.4%)로 가결됐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중노위 조정회의에서 노사 양측이 잠정합의안을 수용함으로써 일단 큰 고비는 넘기게 됐다.

그런데 2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두 파업사태에서 포항시의 태도가 너무나 딴판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버스파업으로 인한 시민불편을 우려해 포항시가 발빠른 대처에 나선 것은 백 번 천 번 지당한 일이다. 그러면 포스코 파업은 ‘강건너 불구경’해도 될 만한 일인가?


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사상최악의 극한호우로 여의도 3배 면적의 포항제철소가 가동 50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공정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이 2조400억원 급감했으며, 포스코 납품 기업 매출도 2500억원 가량 손실을 입었다.

포스코의 매출감소는 곧바로 포항시에 ‘불똥’이 튀었다. 올해 포항시가 포스코로부터 거둬들인 법인지방소득세는 78억원으로, 지난해 874억원에 비해 무려 796억원이나 감소했다. 지방세수 포스코 의존도가 절대적인 포항시로서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 지방소득세가 급감하자 포항시가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건 당연지사. 인구 50만 도시 살림에 걸맞은 각종 복지 지출을 감당해야하고 주민 숙원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선 세수확보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포항시는 비과세·감면 사후관리 강화, 세무조사 등으로 부과 누락을 방지하고, 체납징수업무 강화 등 세수확보에 나섰지만 포스코 빈자리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 노조 파업사태로 포항제철소 공장이 멈추기라도 하는 날에는 포항시로서는 더욱 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파업이 현실화하자 포항상의를 비롯한 포항지역 경제계·중소기업·시민단체는 노조에 대해 파업행위 자제와 노사간 원만한 합의를 촉구하는 성명서와 호소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반면에 포항시는 바람 한 점 없는 봄날처럼 너무나 잠잠했다. 노사간 24차례 임단협 교섭과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열린 5개월 동안 적극적인 중재는 고사(固辭)하고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노사가 중노위 회의에서 마라톤협상을 벌여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뒤에도 그 흔한 ‘환영’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포스코는 단지 포항시에 지방소득세만 납부하는 기업이 아니다. 50년 동반자 관계를 이어오는 동안 포항지역 곳곳에 포스코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기업이 파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남의 일인 양 손놓고 구경만 한 포항시의 처사는 백 번 양보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포항이 외치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구호는 차치하고라도 ‘영일만 친구’의 의리는 형산강에 떠내려보내고 만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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