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지 못한’ 배우 이선균
  • 모용복국장
‘끝까지 가지 못한’ 배우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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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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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복 편집국장
모용복 편집국장

2014년 개봉한 액션·스릴러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이선균은 주인공인 형사 고건수 역을 맡았다.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던 중 급한 연락을 받고 심야에 경찰서로 향하던 고건수. 아내의 이혼 통보, 경찰의 내사 소식까지 접하고 스트레스 폭발 일보직전 상태에서 급하게 차를 몰다 그만 실수로 사람을 치여 숨지게 하고 만다.

얼떨결에 시체를 어머니 관속에 숨기지만 곧 경찰 내부에서 실종 및 뺑소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범인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인 건수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애쓴다. 관이 땅에 묻히고 장례식이 마무리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데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 날 사건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조진웅 분)이 등장하고, 시시각각 조여 오는 협박 속에 건수의 상황은 예측불허의 위기로 치닫는다. 시신에 들어있는 핸드폰을 통해 박창민의 정체를 알게 되고, 동료 경찰관이 무참히 살해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자 그를 죽일 것을 결심한다.

박창민은 가족을 내세워 건수에게 시신을 가져오라 협박하고 건수는 시신에 사제폭탄을 숨겨 그의 차량에 건네주며 기폭장치를 가동시킨다. 박창민이 탄 차량은 폭발해 인근 호수로 날아가 침몰하고 한참 동안이나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자 발길을 돌린다.

모든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건수는 먼저 속초에 내려간 동생네와 딸을 만나러 가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짐을 싸서 현관을 나서는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박창민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한바탕 치열한 난투극 도중 가재도구와 책상이 넘어지면서 그 아래 떨어져 있던 권총으로 박창민을 쏘면서 질긴 악연에 종지부를 찍는다.

영화 제목과 같이 이 영화는 당시 유행하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긴장과 스릴 넘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강력계 반장 역을 맡은 이선균은 선과 악이 적절히 오버랩 되며 막강 빌런 조진웅과의 대결에서 비록 전투력에선 밀리지만 끝까지 간 끝에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는 바로 그였다.


그런데 현실에선 이와 달랐다. 이제 그를 고(故) 이선균이라고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두 달이 넘도록 경찰 조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가 27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이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회사 측 관계자의 신고를 접수한 후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의 40대 남성을 발견했다. 남성은 배우 이선균 씨로 신원이 확인됐다.

故 이선균 씨는 지난 10월부터 서울 소재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주거지 등에서 대마초와 케타민 등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지난 10월 28일, 11월 4일, 이달 23일 3차례에 걸쳐 이 씨를 소환 조사했다. 이 씨의 소변에서 확인된 간이 시약 검사와 2차 소환조사 하루 전인 3일에 국과수로부터 전달받은 신체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2차 조사에서 이 씨는 A씨에게 속아 마약류인 줄 모르고 투약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 씨는 또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뿐이라며 일관되게 주장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중인 그의 집에서 마약을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에 대해 “마약인 줄 몰랐다. 협박을 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그를 공갈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최근엔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간 두 달 여에 걸쳐 마약 투약 혐의와 이 씨가 고소한 공갈 사건을 수사해 오던 경찰은 이 씨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영화에선 맹렬히 협박해 오는 무심한 빌런에 맞서 선과 악 사이를 넘나들며 끝까지 대결을 펼친 끝에 승리를 거머쥔 그가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엄혹했다. 수차례 걸친 경찰 조사와 공갈협박 앞에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그가 영화의 주인공만큼 악하지 못했던 탓일까?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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