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한국 정치…DNA 복원, 희망은 있다
  • 모용복국장
극단의 한국 정치…DNA 복원, 희망은 있다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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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사건 발생
되풀이 되는 정치인에 대한 테러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간주
SNS 확산으로 더욱 극단 치달아
소모적 정치대결로 국민 삶 피폐
윤 대통령, 이 대표에 협치 손길
한국정치 DNA복원 첫걸음 되길
갑진년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정치상황이 심상찮다. 제22대 총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야가 좌우로 나뉘어 극단적인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다간 선거가 망국을 부르는 병(病)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마저 터져 나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하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피습당했다. 이 대표는 피를 흘린 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돼 구속됐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5·31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지모 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턱밑 부위에 자상을 입었다. 지난해 3월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신촌 유세 현장에서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 지원유세를 하다 한 유튜버로부터 둔기로 뒷머리를 수차례 가격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 테러가 되풀이 되는 이유는 여야간 극한 대치와 당내 계파간 치열한 대립으로 인해 상대를 정치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타도해야 할 적으로 간주해 과격한 언행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는 최근 들어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전 국민 속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을 놓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인 혐오정치와 언사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 대표 피습을 두고 현재 일부 유튜버를 중심으로 특정 정치 세력 배후설, 피의자의 당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 보수 성향 유튜버는 “현장 영상을 봤는데 출혈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누군가 잽싸게 거즈인지 수건인지로 급하게 막았는데 그게 어떻게 준비됐을까 이런 의혹도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종이칼로 찔렀다” “칼이 아닌 휴대폰 케이스”라는 음모론마저 제기하고 있다.

야당 지지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횟집 칼’ 또는 ‘정육점에서 발골할 때 사용하는 칼’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이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개조한 ‘등산용 칼’이라고 밝혔는데도 이같이 터무니없는 주장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이라는 홍보수단을 무기로 자극적인 언사를 통해 지지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무책임한 팬덤정치의 산물이다.

이 대표 피습사건은 우리사회 극단적인 정치대립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상 정치적 내전 상태나 다름없다. 이런 소모적인 정치 대결로 국민들은 심각한 정치적 ‘아노미 현상’에 빠져들었다.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지를 판단할 능력마저 상실한 채 극단주의가 이끄는대로 대립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꽁꽁 얼어붙은 한국 정치에 과연 봄은 올 것인가?

뜻밖에도 희망의 빛은 용산으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취임 이후 단 한 차례 회동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이재명 대표를 터부시해 온 윤석열 대통령이 마침내 협치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이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던 이재명 대표께서 어제 테러를 당하셨다. 그래서 치료 중이시다”라며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이 대표를 직접 언급해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쌍특검법’(대장동·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시점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날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모든 폭력에 강력히 반대할 뿐 아니라 진영에 상관없이 피해자 편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이라며 “국민의힘과 지지자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 대표님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당 정치지도자가 잇달아 야당 대표에 협치의 손길을 내민 것은 한국 정치 미래를 위해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우리는 소모적인 정치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국민 살림살이는 피폐해지고 경제를 비롯한 전 분야에서 국가경쟁력이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정치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집어삼켜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정치 복원밖에 없다. 우리는 예로부터 평소 아무리 철천지원수지간이라도 상대가 궂은 일을 당하면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주는 아름다운 DNA를 가진 민족이다. 윤 대통령이 대결의 방어막을 찢고 이 대표를 향해 내민 손길이 한국 정치 DNA를 복원하는 첫걸음이 되길 소망해 본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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