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에 국내 시장문을 활짝 열어준 정부가 축산농가들을 위한 피해대책을 내놨지만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탁상 정책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미국 소고기 수입재개 국내 보완대책’에서 새로운 것은 원산지 위반 단속 강화뿐이라는 반응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원수를 현행 400명에서 1000명선으로 늘리면 단속 실적은 다소나마 오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밖의 대책들은 일일이 꼽을 것도 없이 재탕, 삼탕한 땜질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만 드높을 뿐이다.
이같은 현상의 큰 원인은 현장감각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韓·美) 두 나라 정부 사이에 쇠고기 시장 문제로 줄다리기를 해온지는 이미 오래다. 이 기간에 축산농가들과 대화하며 슬기를 모았던들 축산농가들의 반응이 이토록 냉담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장감각 없는 `실용 정책’이란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
현재 축산농가들은 갈수록 가파르기만 한 고갯길을 오르고 있다. 어려운 문제만 쌓이고 쌓여있다는 이야기다. 구제역 발생으로 일본 수출 길이 막힌지 몇년 째 되는 양돈농가는 이번에도 날벼락을 맞았다.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양돈농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오리 사육농가는 초주검이 돼있다시피하다. 게다가 사료값까지 치솟아 두 어깨는 더욱 처져버렸다. 축산의 주종인 닭과 돼지가 이렇게 죽을 고비를 맞고 있는데도 이렇다할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축산의 어느 분야도 제대로 방향을 잡아 굴러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쇠고기 시장 개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고, 예정된 순서였다. 그런데도 공감할 수 있는 피해 대책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문제의 핵심은 경쟁력이다. 쇠고기의 값·맛·안전성 확보가 경쟁력의 기본요소다. 축사시설 현대화에 1조5000억원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우값의 거품빼기도 이에 못지않은 문제다.
정부는 지난 1990년대 이래 100조원이 넘는 혈세를 농업분야에 쏟아 부었다. 그렇다고 화급하면 쏟아부은 땜질처방의 약발이 먹혔다는 증좌는 어느 곳에도 없다. 헛돈만 썼을 뿐이다.이런 상황에서 경쟁력 향상이란 결과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산물이고, 축산물이고를 가릴 것 없이 이제는 앞을 내다본 밑그림이 필요하다. 장기 대책없이 소낙비만 피하고 보려는 단견으로는 100조원의 10배를 더 퍼부어도 희망을 찾기 어려울 것은 뻔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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