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자책골 덕분에 가까스로 패배를 피했지만 변명이 필요 없는 졸전이었다. 경기 내내 어수선했던 클린스만호는 한 수 아래로 봤던 요르단에 혼쭐이 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꺾었던 한국은 1승1무(승점 4?골득실 2)로 요르단(승점 4?골득실 4)에 골득실에 밀려 조 2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최종 순위는 오는 25일 펼쳐지는 한국-말레이시아, 요르단-바레인의 경기가 끝나야 확정된다.

한국이 잘한 부분이 없는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9분 만에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짜임새 있는 모습 없이 자주 허점을 드러냈다. 부정확한 패스로 공격 흐름이 끊겼고, 드리블 돌파도 번번이 요르단 수비에 막혔다.

몸도 무거워 보이는 선수들은 무사 알타마리를 중심으로 펼쳐진 요르단의 거센 반격에 크게 흔들렸다.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으로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넘겼지만 고비는 계속 찾아왔다. 위태롭던 한국은 결국 전반 37분 박용우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고, 흐름까지 완전히 내줬다. 전반 50분 알타마리의 돌파에 수비가 너무 쉽게 뚫렸고, 1분 뒤에는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리드를 뺏긴 한국은 후반전에 동점골을 넣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요르단 수비를 뚫고자 했으나 창이 너무 무뎠다. 바레인을 상대로 후반전에 일방적으로, 압도적인 공격을 퍼붓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레인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펄펄 날았던 이강인도 이날 미스플레이가 많아 흐름을 자주 끊었고 공격에 창의성도 불어넣지 못했다. 최전방에 배치된 조규성 역시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몇 번의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전 들어 홍현석과 김태환(이상 후반 0분), 오현규, 정우영(이상 후반 24분), 박진섭(후반 49분)을 차례로 교체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주도권은 잡았으나 결정적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후반 46분 황인범의 슈팅이 요르단 수비수 야잔 알아랍의 발을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행운이 따랐지만, 그 외의 슈팅은 요르단 수비를 크게 위협하지 못했다.

패배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기엔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다. 실점 2개도 요르단이 잘했다기 보다 우리나라가 못했던 부분이 컸다. 왕좌에 오르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 걸쳐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