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재
1.
대들보가 흔들리고 지붕이 들썩거린다
떠돌이 노숙자는 아무렇게 돌로 누워
여귀산 운무 속에서 기지개 켠 시詩가 있다
2.
앞서거니 뒤서거니 휘둘려 가는 세월
자작한 도랑 가에 처참한 몰골 그대로
촉촉한 별빛을 물고 물소리 반만 덮었다
3.
늦은 밤 지나치는 인정 없는 바람 소리
메말라 서걱서걱 서사시를 쓰는 갈대
청산은 대책도 없이 제 살을 깎아낸다
4.
돌 안에는 길이 있다 산이 있고 바다가 있다
어둔 세상 밝혀주는 어머니 같은 달이 있다
일용직 가슴을 태우는 그리운 고향이 있다
5.
때리는 소낙비 같은 굴착기가 숨죽였다
간절한 기도문에 하늘길이 활짝 열리고
저녁놀 등에다 지고 철새 떼 날고 있다
6.
이정표 든 갈매기 집어등 파도에 앉아
수평선 그 자리에 섬 하나 끌어다 놓고
태양은 자궁을 열고 첫울음이 터진다
7.
살아 숨 쉰 파도에 가만 있으면 돌 아니지
살을 깎고 뼈를 깎아 그 상처 빛나는 촌석*
내 몸도 따지고 보면 거기 어디쯤 아닐까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수석
2013년 《시조시학》 등단
시조시학젊은시인상 수상
저서 『돌을 보는 일곱 가지 방법』 외 다수
대한민국명품수석대전 부대회장,
울산해석회 회장(역임)
현재, 「진도수석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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