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철도는 경부고속도로의 완결판
  • 모용복국장
달빛철도는 경부고속도로의 완결판
  • 모용복국장
  • 승인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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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
숱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착공 2년 5개월 만에 완공돼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헌정 사상 최다 의원 발의한
‘달빛철도’ 특별법 국회 통과
사실상 경부고속도로 완결판
영호남 화합·상생 견인 기대

내달 1일은 경부고속도로가 첫 삽을 뜬 지 56년 째 되는 날이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국토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는 그로부터 2년 5개월 만인 1970년 7월 7일 완공됐다. 총연장 416km, 공사 비용은 430억 원이 소요됐다. 도로 건설에 투입된 연인원은 900만 명에 달하며, 공사 도중 77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금강휴게소에는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길에 아우토반을 시찰한 후 고속도로에 관심을 가지면서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본격화 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고속도로건설을 발표한 1967년 4월 29일부터 경부고속도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국내외적으로 반대 여론이 심각했다. 당시 한미합동조사위원회는 서울~부산간 훼손된 국도를 다시 포장하는 경부 국도 포장 및 정비 사업이 완료되면 경부고속도로는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부 국도 정비사업이 계속 시행 중인 데다 조만간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라 국도와 경부선 철도가 있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건설부도 이러한 미국 의견을 수용해 국도 포장 및 정비 사업이 완료되면 국도라는 대안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도 과제에서 제외됐다.

야당의 반대도 극렬했다. 1967년 새로 부임한 주원 건설부 장관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안을 1순위로 날치기 통과시키자 청문회에서 건설부 장관에게 신랄한 공격을 퍼부었다.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등 야당의 맹렬한 반대로 고속도로 건설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의회에서 정부 예산안 편성 없이도 삽을 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국제개발부흥은행이 막대한 차관을 제공하기로 해 이를 이용해 건설하기로 정부가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국제부흥개발은행은 유진 총재가 개도국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데 돈을 쓸 필요는 없다며 차관 발급에 제재를 걸었고 결국 자금을 국제개발협회에서 받아와야 했다. 그러나 국제개발협회는 자신들의 건설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여 결국 대일보상청구금과 유류세 인상 등으로 건설 자금을 충당해야 했다.

이처럼 숱한 반대와 우려를 딛고 마침내 2년 5개월 만에 경부고속도로는 역사적인 완공을 보게 됐다. 당시 16년간 걸린다는 공사를 이처럼 단시간에 해내고야 말았으니, 그에 들어간 국민들의 피땀과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경부고속도 개통은 국토를 종으로 꿰뚫는 한반도의 대동맥이자 고속버스 탄생과 함께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가능케 했다. 한국도로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부고속도로 통행량은 5억1000만 대로 우리나라 고속도로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개통 당시와 동일하게 지금도 1번인 이유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국가의 중요 도로이기 때문이다. 산업전사들의 위령비에 새겨진 글귀처럼 ‘자손만대 복지사회 건설을 위한 거룩한 초석’이 된 것이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특별법이 마침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총길이 198.8㎞로 광주송정역을 출발해 광주역~전남(담양)~전북(순창·남원·장수)~경남(함양·거창·합천)~경북(고령)~서대구역까지 6개 시·도, 10개 시·군·구를 오가며 연관된 영·호남 지역민만 1800만명에 달한다. 대구에서 광주까지 이동 시간은 승용차로 2시간 30분, 버스로 3시간 30분이 각각 걸리는데 달빛철도가 개통되면 광주~대구 이동 시간은 1시간대로 줄어 반나절 생활권이 가능해진다.

달빛철도 특별법은 헌정사상 최다인 여야 국회의원 261명이 공동발의했다. 당초 무난하게 국회 통과가 예상됐지만 사업성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다 6개월 만에야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달빛철도가 개통되면 7조3000억원 생산 유발효과, 2조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만8000여 명의 고용 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해묵은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영·호남을 넘어 전 국민 화합의 장인 2038년 대구·광주 하계아시안게임 공동 개최에 필수적인 인프라로서, 그 효과는 수요와 경제성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이익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수도권 일극주의자들은 여전히 경제성이 낮다고 우긴다. 이는 길의 의미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길은 무용(無用)의 공간을 열어 사람과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든다. 그 길을 따라 물류가 흐르고 사람이 오간다. 그길을 따라 경제가 선순환 하고 막혔던 사상이 트이고 정치가 화합한다. 이웃 간에도 왕래가 있어야 서로 필요한 물품을 주고 받으며 사소한 오해도 풀리게 되는 법이다. 그로 인해 가정은 물론 마을 전체가 화목해지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가 한반도를 종으로 관통하는 대동맥으로서 대한민국 발전을 견인했다면 달빛철도는 동서를 횡으로 연결하는 영·호남 화합과 상생발전의 철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달빛철도는 경부고속도로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지방시대와 동서화합 희망을 싣고 달빛을 가로질러 고속철도가 힘차게 내달릴 날이 머지않았다.

모용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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