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키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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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키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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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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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아무런 문제가 없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힘든 시간을 견디며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이유도 그런 삶을 이루기 위한 인고의 과정이라고 여긴다. 그럼 열심히 살면 삶에서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안락함만 누리는 그런 날이 올까?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해답을 이미 알고 있다. 인생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곳은 공동묘지뿐이라는 것을.

20세기의 거장으로 꼽히는 철학자 칼 포퍼의 말처럼 인생은 끝없는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이것만 해결하면 모든 것이 잘될 것 같았는데 그 문제를 풀자마자 또 다른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문제도 제각각이다. 이 빚만 다 갚으면, 자식이 취업만 하면, 돈이 이 만큼만 있으면, 저 사람이 개과천선한다면 등의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인간관계, 부모·형제·자식 문제, 직장, 금전, 성취 등 다양한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거나 대두된다.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문제에 부딪히면 이를 대하는 태도나 해결하는 방법과 능력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원인을 찾아내어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실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에는 두 종류가 있다. 내버려 둬도 될 문제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내버려 둬도 될 문제라면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저절로 해결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루거나 회피하면 문제는 점점 더 크게 성장하여 최악의 상태로 악화되어 버린다.

우리는 주변에서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삶이 꼬여 버린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원인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직면한 문제를 회피하거나 뒤로 미루며 질질 끌다가 일이 점점 커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자라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

가까운 지인 부부의 기막힌 인생 스토리가 있다. 그들은 신혼부터 다툼이 잦았다. 부부싸움은 점점 과격해져 잦은 폭력으로 이어졌다. 집안 분위기는 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냉랭한 가정환경 때문에 자식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했다. 싸움이 벌어질 때면 방문을 걸어 잠그고 피가 튀는 잔인한 컴퓨터 게임만 했다. 부부는 서로 밖으로 겉돌았다. 좋은 직장에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돈은 버는 대로 서로 써버렸다. 빚은 늘어갔고 자식 둘은 커서 사고뭉치가 돼버렸다. 상황이 극에 이르자 이혼을 했지만 엄청난 빚만 남았고 몸은 병들어 있었으며 정신은 피폐해져 있었다.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은 부부관계에 있었다.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든지, 그것이 안 되면 갈라서야 했는데 서로 상대방이 잘못되었다며 질질 끌다가 최악의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가지 예만 더 들어보자. 이 또한 실화이다. 어떤 회사원이 있었다. 그는 일 잘하기로 소문난 유능한 직원이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은 그는 제어시스템 설계과정에서 작은 실수를 하게 되었다. 상사에게 보고하려 했지만 이미 결재가 난 일이라 문책이 두려워 모른 체했다.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몇 개월 후 결국 문제가 터졌다. 설비제어시스템에서 자꾸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그 일로 주요장비의 납품이 취소되었고 회사는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원인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그의 실수임이 드러났고 그는 사표를 제출해야만 했다. 왜 그렇게 문제가 커진 것인가? 프로젝트를 맡은 직원이 설계과정에서 실수가 있음을 알았을 때 사실대로 보고하고 오류를 수정했더라면 되었을 일이다. 물론 책망을 좀 당하겠지만 그렇게 마무리될 일을 숨기고 내버려 뒀다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삶에서 문제는 항상 발생한다. 그렇지만 풀어야 할 문제라면 회피하지 마라. 그리고 문제와 자신을 떨어뜨려 놓고 자신은 문제가 없는데 자신과 떨어져 있는 외부에 문제가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자신은 그대로 둔 채 외부의 문제만을 바꾸면 해결될 것이라고 오판하지도 마라.

작은 문제를 해결하면 큰 문제는 대부분 절로 예방된다.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밖에 없다면 초기에 해결하라. 버려두고 회피하면 자꾸 성장하여 나무를 휘감아 고사시키는 넝쿨처럼 인생 전체를 휘감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틈이 더 커지기 전에 막고, 더 깊어지기 전에 메우고, 더 무거워지기 전에 버리고, 더 늦기 전에 멈추고, 뿌리를 더 깊이 내리기 전에 뽑아내고, 풀 수 없을 만큼 꼬이기 전에 풀고,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해결하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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