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우
종일 복권처럼 긁어대던 방바닥을 밀고 일어나
전단 가득 문 신문을 들고 나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밥을 먹어도 자주 배가 고프게 된 것이
빵과 함께 토마토 주스를 한 잔 더 주문하고
구글 검색이 알바몬에서 릴스로 흐를 때
문워크를 추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한 사람?
검어졌다 희어졌다 이어지는 횡단보도를
늘렸다 당겼다 늘렸다 당겼다 흘러가는 남자
놀라 휘둥그레진 신호등
꿈틀꿈틀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
어쩐지 어딘가 나와 닮은
문워크를 배워볼까요
하나 둘 하나 둘, 놓았다 당기고 놓았다 당기고
어디든 미끄러져 보는 겁니다
달 위를 걸어가 보는 겁니다
토마토 주스 잔에 저녁이 차오르기 전으로
목이 마르기 전으로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으로
달의 둘레를 다 걸어도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날 뿐이죠
앞으로 가도 뒤로 가는
뒤로 가도 앞으로 가는
오기로 한 친구가 아직 오지 않네요
그 애도 지금 문워크를 추며 오는 중일까요
202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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