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일만의 승리에도 웃기 힘든 페퍼…'환골탈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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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일만의 승리에도 웃기 힘든 페퍼…'환골탈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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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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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2023-2024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에서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다. 이날 경기는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2024.2.20/뉴스1
페퍼저축은행 박정아가 23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23연패를 끊은 뒤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KOVO 제공)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지난 23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23연패를 끊은 뒤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이 길었던 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났음에도 편히 웃지 못하고 있다. 경기 외적인 문제로 원치 않은 관심을 받게 됐기에,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3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3-25 24-26 25-22 27-25 15-9)로 이겼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19일 IBK기업은행전부터 이어져 온 23연패 사슬을 끊고 시즌 3승(28패·승점 10)째를 기록했다.

페퍼저축은행이 승리의 맛을 본 건 지난해 11월10일 GS칼텍스전(3-2 승) 이후 무려 105일 만이다. 이 경기 이후 내리 23경기를 패한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 여자부 최다 연패 기록이던 20연패를 넘어 새로운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남자부 단일 시즌 기록인 25연패(2012-13 한국전력)에도 근접했으나 다행히 더 이상의 불명예를 추가하진 않았다.

이날 경기력도 긍정적이었다. 첫 두 세트를 접전 끝에 내주며 이번에도 연패를 끊어내지 못하는 듯했지만, 3세트 이후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대역전극을 거뒀다.

외인 야스민 베다르트와 캡틴 박정아, 아웃사이드 히터 이한비 등이 분전했고 리베로 채선아도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를 보여줬다. 이날 경기만 보면 그동안 왜 그렇게 연패가 길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감격의 연패 탈출이었지만 여전히 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최근 팀 내에서 ‘후배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 내 베테랑 A 선수는 신예급 선수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혹 행위’, ‘인권 침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이 사안에 대해 조사를 마친 페퍼저축은행은 한국배구연맹(KOVO)에 신고했고, KOVO는 지난 23일 A선수에 대한 상벌 위원회를 열었다. 다만 A선수와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곧장 결론을 내진 못하고 상벌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만 봐도 올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팀 내 분위기가 어떨지를 가늠하게 한다.

한 시즌 오랫동안 합숙을 하면서 어느 정도 마찰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괴롭힘’을 주장하고 이것이 수면 위로 오르기까지 했다는 점은 일반적인 수준은 아니다.

구단의 미숙한 운영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도중 김형실 감독이 물러난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이 끝나기 전 일찌감치 아헨 킴 감독을 선임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아헨 킴 감독은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개인적인 사유로 팀을 떠났고, 페퍼저축은행은 급하게 조 트린지 감독을 선임했다. 팀 구성을 모두 마쳤고 KOVO컵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감독이 바뀐 것.

아헨 킴 감독이 떠나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었다. 국내 감독보다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고 선수단 단속도 쉽지 않았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의구심이 많았다.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전반적인 운영에 의문부호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FA 박정아를 영입하면서 주전 세터 이고은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아 논란을 만든 뒤, 주전 미들블로커(최가은)와 신인 1순위 지명권(김세빈)을 내주며 재영입한 촌극이 대표적이다. 페퍼저축은행이 허무하게 내준 김세빈은 올 시즌 여자부의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어느덧 3년 차, 더 이상 ‘신생팀’, ‘막내구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민망하다. 3시즌 동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악재만 늘어가는 페퍼저축은행은 ‘환골탈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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