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일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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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일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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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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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 교열부출신 언론인이 쓴 책을 뒤적이다가 처음 보는 낱말에 눈길이 멎었다. `수리먹다’ `개먹다’ `구새먹다’.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한 부분이 썩어 퍼슬퍼슬해지면 수리먹었다고 한단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그렇게 풀이돼있다. 과일끼리 맞닿아 한 부분이 상하면 개먹었다고 한다고 했다.
 가장 흥미를 끈 것은 `구새먹다’였다.-`살아있는 나무의 속이 썩어 구멍이 뚫리다.’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처럼 영양주사를 꽂고 서있는 고목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바로 이것이다 싶었다. 마침 가슴이 휑하니 뚫려 초여름 날씨에도 찬바람이 드나드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낱말을 찾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광우병이니, 조류인플루엔자(AI)니 하는 외래 가축병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축산농가 기사가 지면에 넘치고 있는 이 때가 아닌가.
 속 썩어가며 생가슴을 앓으니 살아 숨쉬는 가슴이라고 구멍이 안뚫리랴. 이렇게 `구새먹은 가슴’은 축산농가 뿐만이 아니다. 삼계탕집 아저씨도, 유황오리집 아줌마도 그렇다. `철’없이 날뛰는 조류인플루엔자 바람에 고물가 시대인데도 닭값도, 달걀값도 뚝 떨어졌다. 더 심각한 상황은 “일주일 째 공치고 있다”는 개점휴업이다. 이러다가 아예 문을 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두려움을 나눠 느끼게 된다.
 때마침 솔깃한 소리가 들려온다. 경북지방의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이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경북도의 분석이 그렇다고 한다. 33건을 끝으로 폐사신고가 휴일엔 없었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었다. 이럴수가….`AI 3일천하’라니…. 3일천하는 인간사회에서나 통하는 짓거리들이 아니던가. 이 판국에 그게 무슨 상관이람. 사실이라면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또 있을손가. 그러나…. 또 `그러나’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이번 AI는 그 정체부터가 아리송하기만 해서다. 그래서 `그러나’를 선뜻 내버릴 수가 없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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