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냄비로 보는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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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냄비로 보는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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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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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종 배 (시사평론가)
 
 
  한미 FTA 비준을 선창하더니 쇠고기 수입협상이 졸속으로 끝나자 태도를 돌변했던 그다.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쇠고기 문제가 풀리기 전에는 한미FTA 비준은 없다고 했던 그다. 그랬던 그가 어제 당선자 워크숍에서 엉뚱한 말을 했다. 이런 말이다.
 “17대 국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을 망쳐놨기 때문이지만, 나중에 정국이 바뀌고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을 때 국민이 우리에겐 책임을 묻지 않을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참여정부에서 체결한 FTA 협상을 우리가 비준하지 못한 데 대해 과연 우리는 어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했는지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의를 보여야 한다.”
 마구 흐트러뜨리고 있다. 인과 관계를 마구 섞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말에 따르면 17대 국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하지 못한 것은 쇠고기 협상을 망쳐놨기 때문이다.
 손 대표가 규명한 이 인과성에 따르면 책임을 져야 하는 쪽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FTA는 민주당이 여당으로 있던 참여정부에서 체결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 대표의 이런 논법에 따르면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쇠고기는 쇠고기고  FTA는 FTA다. 원인이 두 개이니 해법을 따로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보니 똑 같다. “쇠고기와 FTA는 별개”라는 한나라당 주장을 빼닮았다.
 손 대표 논리를 국회의사당 마이크 앞에 세우면 어떤 말을 토해낼까? 다른 신문과 달리 손 대표의 말을 1면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한 <중앙일보>의 전언 그대로일 것이다. “17대는 쇠고기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쳐도 18대 국회에서만큼은 민주당도 FTA에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손 대표 측근의 말이다.
 이게 화근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장외투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 쇠고기 재협상-후 FTA 비준 입장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식 논리’가 설파되고, 그것이 세력이 되면 민주당은 자중지란에 빠진다. 더불어 재협상 동력도 사라진다. 왜일까? 손학규 대표가 뻔한 미래를 모를 리 없는데도 엉뚱한주장을 하는 이유가 뭘까?
 힌트가 있다. 그가 그랬다. “국민은 당장 정부여당의 잘못을 지적하는 야당을 지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냄비’로 보고 있다. 국민 여론을 조변석개하는 `냄비’로 간주한다. 그래서 의탁하려 하지 않는다. 국민 여론에 민주당의 앞날을 의탁하려 하지 않고, 국민 여론을 전폭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국민과 보조를 맞추는 건 “당장의 전투”에만 한정되는 것이다.
 이제 알 것 같다. 필연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건 필연이다. 민주당이 국민에 의탁하려 하지 않는데 어느 국민이 민주당에 기대려 하겠는가. 쇠고기만의 해법은 뭔가?
 다 관두자. 국민 여론만 좇다 보면 포퓰리즘에 빠진다는 경구가 있다. 손 대표 말대로 “국민을 위주로 하는 정치”가 중요하지 국민에 영합하는 정치는 금물이다.
 손학규 대표의 말대로 한미FTA를 비준해야 한국 경제가 산다고, 그것처럼 중한 가치는 없다고 믿고 따르자. 믿고 따를 테니 하나만 보여주기 바란다. 신통방통한 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쇠고기 재협상을 주창해온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면, 그리고 17대 국회에서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면 18대 국회 최우선 과제는 뭔가? 쇠고기인가? FTA인가? 따로따로 처리하는 게 순리라면 쇠고기 재협상을 강제할 정치적 수단은 뭔가?
 한미 FTA를 빨리 비준하려면 쇠고기와 18대 원 구성을 연계하려는 민주당 전략은 포기해야 할 텐데, 선 쇠고기재협상-후 FTA 비준 전략을 폐지해야 할텐데 그럼 뭘 갖고 쇠고기 재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쇠고기에 다른 사안을 연계하지 않는, 국민 그 누구도 마다하지 않는 생산적인 방법은 뭔가? 그 신통방통한 묘수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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