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블패신화’를 이어온 한나라당이 6·4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후보를 낸 기초단체장 6곳 중 단 1곳만 건졌고, 특히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3곳에서 전패했다. 뿐만 아니라 텃밭인 영남 2곳도 내줬다. 게다가 광역과 기초의원을 합쳐 고작 8명만 당선되는 등 그야말로 처절한 패배를 당했다. 대선에서 승리한지 반년, 국회의원총선에서 이긴지 두 달만이다. 통렬한 반성이 따라야한다.
한나라당 패배는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부의 패배다. 두말할 것 없다. 미국 쇠고기 협상 실패 뿐만 아니라,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으로 상징되는 편중인사와, `강부자’(강남땅부자)로 불려지는 총체적인 인사 실패에 대한 심판이다. 영남 민심조차 등을 돌린 현상은 총선 공천 잡음과 친박 복당을 둘러싼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문제는 패배 그 자체가 아니다. 국민의 심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여기에 어떻게 순종하느냐다. 한나라당은 일단 “반성과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청와대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입을 다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국민의 심판을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의 내각과 청와대 진용으로는 쇠고기 정국을 뚫고 나가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거기에 재보선 참패가 더해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인적 쇄신’에 미지근하다. 며칠 촛불시위가 수그러드는 기미를 보이자 `총사퇴론’도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다. `정면돌파론’까지 들먹이는 눈치다. 여권 일각에서는 `인적 쇄신’ 폭과 관련해 내부 갈등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권은 몰매를 맞는데 참모들은 자리를 꿰찰 생각만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정권이 없으면 권력도 없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버려야 얻는다”는 교훈을 새기기 바란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 “정권 초기 처절하게 당하는 것이 오히려 보약”이라고 말했다. 말 잘했다. 어떤 의미에선 정권 말기 위기에 봉착하는 것보다 정권초기 민심의 매서운 맛을 보는 게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맹성’이 전제돼야 한다. 민심의 칼날이 급소를 찌르는데 자리 타령이나 하고, “민심이 왜 몰라주느냐”고 탄식해봐야 정권의 앞날만 재촉할 뿐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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