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정권 축출의 `아득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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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정권 축출의 `아득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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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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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에 끌려 다니는 고장난 불도저
뉴스앤뉴스
 
1989년 소련이 망했다. 냉전시절 미국과 함께 양대 강대국이었던 소련이 멸망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련이 사라진 세계무대에서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떠올랐다. 절대다수 미국인들은 모든 나라가 망해도 미국은 영원하리라고 확신한다.
 미국 작가 케빈 필립스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소련 다음으로 망할 나라가 미국이 될 수 있다고 예언했다. 로마도 망하고 17 세기의 해양대국 스페인과 네덜란드도 망했다. 19 세기의 대영제국도 사라졌다. 이들이 망한 원인은 역설적이지만 너무 강대한 국력이 역사의 순환에서 약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를 감안하면 미국도 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멸망한 제국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강력한 국력을 과신한 나머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모한 모험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의 미국이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의 멸망을 예고하는 책들이 많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제국으로부터의 퇴장”(Retreat From Empire), “미국시대의 종말”(The End of The American Era)이다. 워터게이트, 사이공 함락, 9·11, 아프간과 이라크 수렁, 모기지 위기 등은 흉조인 셈이다.
 필립스는 미국의 멸망을 예고하는 가장 상징적인 징조로 제조업 쇠퇴와 과도한 금융산업 의존을 들었다. 1970년대 미국 GDP의 제조업 비율은 25%, 금융업은 12%였다. 2006년 기준으로 이 균형은 역전되었다. 금융업 비중은 22%, 제조업은 12%로 줄었다. 게다가 1987년에서 2007년 사이 미국의 순 국가부채는 11조 달러에서 48조 달러로 늘었다. 얼마나 돈이 궁했으면 이라크 전비를 중국 등에서 빌려 쓰는 형편이다. 미국이 전비를 빌리기는 역사상 처음이다. 1930년대의 대공황이 세계를 강타한다면 금융 주도권을 상실한 미국도 영국이나 네덜란드처럼 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도 망할 수 있다는 말에 한국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좌파정권 10년의 파행이 불길한 조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거기에 김정일의 핵무기가 겹쳐진다. 천만다행으로 이명박 정부가 등장했다. 한국을 전도시킨 모든 것들이 바로 잡힐 줄 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엉뚱하게도 한국을 지킬 정통세력은 분열되고 좌파들의 단결은 더 강화되었다. 국민이 느끼는 가장 큰 혼란은 올 2월 과연 정권이 바뀌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마치 보수정권이 퇴장하고 좌파정권이 다시 들어선 모습이다. 그 상징이 서울 도심을 유린하는 촛불시위다.
 국민이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의사 표시 방법이 불길하다. 미국 쇠고기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미국 자체를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 좌파정권 10년의 유산인지 모른다. 지난 10년 한국의 주적이 누구냐는 질문에 북한보다 미국을 지칭한 대답이 많았다는 여론조사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인의 인식을 반미로 바꾼 점에서 좌파정권은 성공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정부는 국정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쉬운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총선이 끝나자마자 친박연대에 대한 수사가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과연 국정의 우선과제인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럴 수사력이 있다면 지난 10년간 국정을 파탄시킨 세력에 대한 수사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대북정책도 오락가락 한다. 북한이 먼저 요청하지 않으면 지원을 하지 않겠다던 방침이 미국의 대북 지원 발표에 흔들렸다.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도 오락가락이다. 청와대는 불법 촛불시위를 엄단한다고 하고 한나라당은 시위자 처벌을 신중히 하라는 엇박자를 놓는다.
 지도자는 국정을 장악해야 한다. 설사 여론이 들끓고 야당이 반대를 하더라도 옳은 국정방향이면 밀어 붙여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굴욕외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대일수교를 단행했다. 그렇게 해서 유상, 무상, 상업차관 등 총 8억 달러의 개발자금을 확보했다. 수출이 1억2000만 달러밖에 안 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돈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은 불가능했다. 이명박의 “불도저”는 고장 났는가. 좌파들을 밀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끌려 다니는 불도저를 어디에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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