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BS이사회를 앞세워 정연주 사장을 해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 이사회의 친 노무현 성향 이사 3명이 물러났고, 그 자리를 여권 성향 인사들이 차지함으로써 이사회가 다수로 정 사장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사장과 정 사장 체제의 KBS에 품어온 불만에 비춰보면 이사회가 정 사장 해임을 결의한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 사장과 KBS는 종전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새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자 `노빠’ 방송을 자처했고 5년 내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해온 정 사장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착해 `정권의 앞잡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도 유독 정 사장 체제의 KBS는 이명박 정부에 인색하게 굴었고, 더 나아가 매서운 비난과 비판의 칼을 갈아온 것이 사실이다. 세간에는 그런 정 사장의 노선이 진보세력의 보수에 대한 저항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 사장에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노 대통령에 보답하듯 참여정권에 맹종해왔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방송은 “땡노 뉴스”의 전형이었고, 편파방송의 상징이었다. 그는 또 두 아들을 군대에도 보내지 않았고,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시민으로 살도록 한 아버지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두 아들 병역면제에 “신의 아들들”이라고 저주하는 글을 올린 기자였기도 하다. 남미 베네수엘라 차베스 좌파정권이 마치 가난한 자의 구세주인 양 찬양한 것도 KBS 아니던가.
이명박 정부가 정 사장을 해임하고 코드에 맞는 인물을 새 사장에 기용한다면 그건 `또 다른 정연주’를 키우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인사가 단행된다면 강렬한 저항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정 사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다. 노무현 정권이 국민의 혹독한 평가를 받고 퇴출됐으면 그 역시 스스로 사장직을 던지는 게 남자다운 행동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의리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방송 일각에서 정 사장 해임 움직임과 관련해 “MB의 방송 장악 음모”라고 비난하는 것도 가소로운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방송에 일자 지식도 없는 정 사장을 임명할 때는 입을 닫고 있던 그들이다. 뻔히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인지 알면서도 그랬다. 이 대통령이 그런 의도를 가져서도 안 되지만 정 사장을 떠받들어온 인물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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