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배운 `회전문 인사’`보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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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 배운 `회전문 인사’`보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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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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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는 없는 게 아니라 숨어 있는 법
 
박 효 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발레리우스는 기원전 509년 로마의 2대 집정관이었다. 그는 폭정 끝에 왕좌에서 쫓겨난 `거만한 타르퀴니우스’가 무력을 동원하여 반격을 꾀하는 등, 로마가 혼란을 겪을 무렵 군사령관 겸 집정관이었다. 타르퀴니우스가 이끄는 에트루리아 동맹군을 이긴 발레리우스는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개선했다. 그는 네 마리의 백마가 끄는 화려한 전차를 타고 카피톨리누스 언덕으로 향했는데, 이것이 로마 개선식의 기원이다.
 발레리우스는 화려한 개선식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막강한 권위와 힘을 소유한 그가 백마가 끄는 전차를 타고 위엄 있는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 사이에는 그가 갓 출범한 공화정을 해체하고 스스로 왕이 되려고 할지 모른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이 소문이 급속도로 퍼진 데는 이유가 있다. 마지막 왕이었던 타르퀴니우스의 궁궐은 이미 허물어졌지만, 발레리우스의 저택은 여전히 궁궐 못지않게 으리으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호위병들이 들고 다니는 `파스케스(fasces: 막대기 다발 사이에 도끼를 끼운 것으로 집정관 권위를 상징했던 소도구)’는 시민을 채찍질하고 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상징했으므로 그는 왕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왕정은 폐지됐지만, 그는 실질적 왕의 행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감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던 발레리우스는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해명을 시도하기보다 즉각 결단을 내렸다. 시민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 일꾼들을 동원해 자기 집을 기둥 하나 남기지 않고 허물어 버린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발레리우스는 `파스케스’에서 도끼를 제거했을 뿐 아니라 평민들의 모임인 `민회’에 참석할 때마다 그들을 존중하는 뜻에서 그것을 낮게 들고 있도록 호위병들에게 지시했다. 발레리우스는 또한 전리품과 세금을 통해 급속히 불어나던 돈을 보관하는 적절한 방법을 고안했다. 만약 그 돈이 한 개인의 수중에 들어간다면 공공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발레리우스는 그것을 `사투르누스 신’에게 위탁했다. 이렇게 해서 `포룸 로마눔’의 `사투르누스 신전’은 로마 국고도 겸하게 되었다.
 이처럼 발레리우스의 리더십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놀라운 변신과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결단으로 그가 타르퀴니우스처럼 폭군으로 돌변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단번에 불식시켰다. 그 후 로마 시민들은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그를 `시민들의 친구’라는 뜻의 `포플리콜라(poplicola)’로 불렀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 약속대로 정부 인사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기용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민들이 신뢰를 철회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이명박 정부의 인사가 처음부터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으면서도 8개월이 되어오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유감이다.
 `회전문 인사’나 `보은 인사’ 형태가 지속된다면, 때를 기다려 세상에 나오려 했던 인재도 산속으로 들어가 숨거나 낚시질로 세월을 보낼 판이다. 인사 문제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 국정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나, “인재는 없는 것이 아니라 숨어 있을 뿐”이라는 속언이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가슴깊이 새겨야 할 준칙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대선과 총선에서 크게 패배한 좌파 세력들은 물론, 좌파 언론들까지 가세하여 지난 8개월 간 전방위 대반격에 나선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민주당은 자신들이 국민들로부터 버림 받았는지에 대한 `자기 채찍질’ 없이 권력을 빼앗기고 풍찬노숙의 야당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agenda)인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국민들에게 표 달라고 애걸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국회의원으로 뽑히자 국회를 82일간이나 열지 않는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면서 촛불을 따라다닌 정치인들은 과다한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사망케 한다는 것도 모른다. 촛불 민심만 알았지, 일반 민심은 몰랐던 야당이나 인사 문제에서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정부도 결국 `시민들의 친구’, 즉 `포플리콜라’가 되지 못하기는 오십보백보가 아니겠는가.`평화’라는 말 아닌 다른 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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