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빠지면 무릎 다치고,심하면 얼굴까지도 수난을 겪게 마련이다.인생이라는 게 그렇고,국가 정책이란 것도 별로 다를 바 없다. 이른바 국책사업이니 뭐니 해가며 국가 흥륭(興隆)이 바로 눈 앞에 와 있는 듯 호들갑을 떤다.그러다가 `백지화’ 고개를 넘어야 할 처지가 되면 그 길이야 말로 형극(荊棘)의 길이 되고 만다. 냉소가 쏟아지고 손가락질이 장대비 꽂히듯 한다. 이리되면 입안엔 쓴 침이 돌 수밖에 없다.
울진 공항이 바로 그렇다.문도 못열어본 채 비행훈련원으로 사용되는 방안이 추진된다나 보다.무려 1320억원을 들여 175만9000㎡에 세운 공항 시설이다. 연간 86만명이 이용할 것이라던 당초 계산과는 사뭇 동떨어진 진단이 나왔다. 하루 이용객이 50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1년을 통틀어도 2만명이 채 안된다. 86만과 2만의 차이는?
울진공항은 그동안 세 차례나 개항을 미뤄왔다. 2003년 문을 열려다 2005년으로, 다시 올해말로 연기했다. 그러던 것이 결국 민간조종사 양성소가 될 모양이다. 참담한 굴욕이다.그러나 활주로에 잡초만 우거진 처지에선 달리 묘책도 없어보인다.이 모든 사태의 빌미는 `정치’가 제공했다. 김대중 정권 안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이 밀어붙여 만들어낸 작품이니 `정치 공항’이라면 되겠다. 1300억원이 넘는 혈세 낭비는 어쩌고,그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라이트 형제가 시험비행 축하모임에서 아주 짧은 스피치를 했다.“잘 날지 못하는 앵무새는 가장 수다스럽지만 잘 나는 새는 말하지 않습니다.” 정치권엔 앵무새가 너무 많아 탈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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