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에 얽힌 이야기는 수두룩하다. 농업과 관련된 것을 하나 골라보면-. 구호정치의 선구자가 프랑스의 앙리1세다. 그는 `매주 일요일 저녁 밥상에는 모든 농가에 통닭 1마리씩을’이란 구호를 내걸었다. 농민들을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게 포부였다고 한다. 하나 더 꼽아보자. 생존시 모택동은 날마다 매운 고추를 1개 이상 먹었다고 한다. “고추를 먹을 수 없는 사람은 혁명가가 아니다”가 이 독특한 식습관의 변이었다던가. 포항시의 올해 예산이 1조원 문턱을 넘어섰다. 사상 처음이다. 당초엔 8547억원 이었으나 추경예산 편성을 거듭하다보니 1조271억원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엔 포스코가 동빈내항 복원사업에 보태쓰라고 내놓을 300원이 큰 몫을 했다고 보도됐다. 포항시의 새해 예산안은 이미 1조원의 턱밑에 닿아있다. 이 또한 추경 한 번만 거치면 깃털보다 가볍게 1조원을 넘어설 게 뻔하다.
숫자 `조’는 많다는 뜻을 품고 있다.억(億)과 합쳐 `억조’가 되면 그 힘이 막강해진다. 일컬어 억조창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화폐단위에 이렇게 `0’이 많아 붙어버리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터여서 그렇다. 아무리 사람 눈이 동그라미를 가장 빨리 알아본다한들 `0’이 줄줄이 행진을 할 양이면 한눈에 헤아리기도 쉽지 않을 것 아닌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않는 일이 될 터이고. 화폐 단위가 높은 다른 나라 이야기나 재미삼아 노닥거릴 처지가 아닐 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조 다음에도 뒤를 받쳐줄 고단위 숫자는 얼마든지 있다.그렇다고 그걸 다 쓸 생각은 않는 게 좋겠다.
김용언/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