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상점가 진흥조합이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음식물 감량화 시설을 설치한 때가 지난 4월이었다. 그 이래 지금까지 이 시설물은 꼼작도 않고 있다. 설비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상이 있는 쪽은 죽도시장 상점가 진흥조합이다. 기계 설비를 하면서 거쳐야 할 과정을 묵살하고 이상한 짓을 한 때문이다. 기계설비 설치 신고 같은 일련의 절차를 건너뛴 채 시험가동을 강행했다. 이 시험가동은 불법이었다. 하루 100㎏이상 폐기물을 처리할 때는 지자체에 설치신고와 검사를 받게 돼있는 규정을 묵살한 것이다. 게다가 시장 내 음식쓰레기 1t가량을 들여다가 서너 차례 시험가동까지 하다가 경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이 무슨 코미디인가 싶을 지경이다.
5억 원이나 들어간 기계설비가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진흥조합 측의 잘못 탓이라고 생각된다. 포항시, 환경부를 거치게 돼있는 절차를 무시하고 시험가동까지 마친 까닭이다. 진흥조합은 포항북부경찰서에 고발까지 당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음식감량화 시설 인허가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진흥조합이 무슨 생각을 하다가 이런 결과를 자초했는지 그 속내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포항시와 죽도시장 상점가 진흥조합의 힘겨루기 같지도 않은 힘겨루기에 골탕을 먹은 쪽은 죽도시장 상인들뿐이다. 시장에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안 물어도 되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하니 불편해 하는 속마음들을 읽고도 남을 것 같다. 또한 5억 원이나 되는 예산은 예산대로 들어가고도 제 몫을 다 못하고 있으니 낭비의 표본처럼 되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됐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설비에서 가동까지 규정을 어겨도 무사통과된 전례가 있었던 것인가. 신고에서 허가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인가. 준법정신이 없어서인가. 포항시가 예산을 지원해주고도 음식감량화 시설 설비의 발목을 잡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더 고급 시설이 아니어서 불만 표시를 이런 식으로 한 것인가. 어느 측면을 들여다봐도 깔끔하지도 않거니와 명쾌하지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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