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공무원들의 가슴에 `황소 패찰’이 달렸다.기축년 소 해를 맞아 황소 패찰을 달았으니 황소처럼 일하겠다는 뜻임을 단박에 알아채게 된다. 마음 속에 다지고 새긴 황소상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수도 있으니 1년 열두달 눈에 보이는 것이라야 약발이 먹힌다는 건가 보다.
우리네 정서에 자리잡은 황소는 분명 `비호감’의 대상은 아니다. 생구(生口)란 별칭에서부터 가족의 일원이란 연대감이 끈끈하게 전해온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우골탑(牛骨塔)’의 힘이 떠받치고 있음은 애써 부인하려들 필요는 없다.
소에게 호감을 가진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이광수다. 그는 `우덕송(牛德頌)’에서 “소는 동물 중에 인도주의자다.동물 중에 부처요, 성자다”라고 썼을 정도다. 그의 `우리소’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소는 일찌기 어느 사람에게도 충성을 맹세한 일은 없다. 그러므로 사람이 호의를 베풀면 굽신거릴 것도 없는 동시에 비록 십년 묵은 주인이라도 잘못하면 받아넘길 자유를 보유한 것이다.”
포항시 2000공무원은 무슨 마음으로 황소 패찰을 달았을까? 높은 사람이 달고 다니라 해서 건성으로 순종한 것인지, 황소처럼 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달고 다니는지도 궁금하다.
이광수의 말마따나 특정인에게 충성맹세하는 일이 없는 황소, 십년 주인도 잘못하면 받아넘길 태세를 갖춘 황소처럼 일하겠다면 더욱 좋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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