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서 괘 이름으로 나오는 물극필반(物極必反;무슨 일이 갈 데까지 가면 반드시 밟아온 과거로 되돌려지게 마련이란 말)도 같은 말이다.
한자를 배우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런 말을 다 안다. 달도 차면 기운다든지(월만즉휴), 십년 넘어가는 세력 없다든지(세무십년), 사람의 일에 열흘 이상 잇달아 좋은 일만 있지는 않다(인무십일호)는 말들은 우리가 종종 흥얼거리는 민요 노랫말에 다 나오는 말들인 까닭이다.
제행은 예외 없이 무상하다는 내용을 은유한 노랫말로 대표적인 게 흘러간 유행가 `낙화유수’가 아닐까 싶다.
우리 가요 초창기 남인수가 처음 불렀고 나중에 이미자, 송해 같은 유명 가수들도 취입한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새파란 잔디 얽어 지은 맹세야/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라는 그 노랫말 말이다.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의 `낙화유수(落花流水)’는 `가는 봄의 경치’ 또는 `세력이 약해져 보잘것없이 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 고변이 지은 `방은자불우 訪隱者不遇;은둔인사를 방문했으나 못 만남)’란 제목의 시에 `낙화유수인천태 반취한음독자래(落花流水認天台 半醉閑吟獨自來)’란 구절이 있다. `지는 꽃이 강물에 흐르는 데서 세상 넓음을 알고, 술 취해 한가로이 읊으며 혼자 왔도다.’ 늦봄 풍경을 읊은 거지만 속뜻은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덧없음을 탄식한 거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한테서 검은돈을 받은 여러 사람 이름이 신문에 뜨더니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내와 아들이 검찰에 불려 다닌다.
이를 보면서 권력의 덧없음도 함께 본다. 아직 혐의의 진위야 알 수 없지만, 올봄은 `검은돈’ 때문에 노랫말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이다.
한때 잘나갔던 한 세력이 또 지고 있나 보다. 제행무상, 아미타불!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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