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엊그제 곡우(穀雨)에 때맞춰 내렸다. 가뭄 피해가 더 컸던 경북 북부 지역엔 평균 24.1㎜가 내려 도내 다른 지역보다 많았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메마른 대지를 적실 수는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뭄이 어느 정도라도 풀리려면 강우량이 적어도 100㎜ 넘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는 25일 또 한 차례 비가 오리라고 하지만 그래도 가뭄이 완전히 풀리기엔 부족하다는 얘기다.
가뭄의 잣대인 댐의 저수율에 이번 비가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안동·임하댐만 보더라도 예년 50%정도 이던 저수율이 지금은 24~23%쯤 밖에 안된다. 연간 강우량을 통틀어 보면 절대로 적은 편이 아닌데도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로 분류돼있다. 여름철에 집중해서 내리는 비의 대부분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탓이다. 강우량의 27%정도만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경북지역이 지난 가을부터 올 봄까지 겪은 가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차량으로 물을 공급받거나 제한급수로 식수난을 겨우 해결한 가구가 경북지역에만 1만3000가구가 넘는다. 그런데도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물 부족에 둔감하다. 여름철 물난리가 깊이 각인돼 있어서 일까.지난 세 계절에 걸친 가뭄의 고통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는 물 관리, 물 재활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근래 들어 댐 건설 논의가 활발하다. 댐 건설로 가뭄을 이기는 것이 환경을 더 잘 지키는 방법이라는 논리다. 환경보호관이 더 적극성을 띠는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산악형인 우리 국토의 특성에 맞게 물을 가두어 둘 수 있는 시설 건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당장은 그것이 어렵다면 저수지라도 곳곳에 파야한다. `그릇’ 없이 물을 담아둘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곡우 단비로 잇따른 산불 위기도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 경북의 산불위험지수 85.4가 28.3을 기록하고 있다. `매우 위험’단계의 코밑까지 치솟았다가 이제는 `낮음’단계로 내려앉았다. 주말에 또 한 차례 비가 내리면 산불 걱정은 당분간 없어질 것 같다. 그렇다고 4월 들어 거의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다시피 산불이 일어났던 악몽을 어찌 잊을 것인가. 담배꽁초 함부로 안 버리기 같은 산불 예방습관은 평소부터 몸에 배어야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한다. 물 부족도 마찬가지다. 곡우 단비로 가뭄이 조금 풀렸다고 엊그제까지 겪었던 고통을 까맣게 잊어서야 말이 안된다. 물 한 방울이 소중하게 생각되던 때를 잊지 말고 물 아껴 쓰기를 생활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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