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승우는 운 좋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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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승우는 운 좋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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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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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자마자 김승우<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나 처럼 운좋은 배우가 있을까요?”
 스스로도 안다. “주연을 맡은 영화 한두 편 정도 망하면 영원히 섭외조차 들어오기 힘든 이 `바닥’에서 필모그래피 중 흥행작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기도 힘들 만큼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는 배우에게 이렇게 계속 작품이 들어오고, 또 이제야 비로소 `재발견’ 등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거냐. 난 정말 운이 좋은 배우다”
 김승우는 이처럼 솔직한 인간미로 평가받는 배우다. 그런데 이젠 그에 대한 시선의 각도를 달리해야 할 듯하다. 고현정과 출연한 `해변의 여인’(감독 홍상수, 제작 영화사 봄ㆍ전원사), 장진영과 호흡을 맞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하 연애참, 감독 김해곤, 제작 굿플레이어)을 31일과 9월7일 잇달아 선보이며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김승우는 두 편의 영화에서 비로소 연기 맛을 아는 배우,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배우가 됐다.
 여자와 하룻밤 섹스를 나누고 싶은 생각에 능글능글한 작태를 보이는 영화 감독 중래나 연애 따로, 결혼 따로 그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기만 한 `백수’ 영운은 김승우라는 배우를 통해 낯 뜨거울 만큼의 현실성을 갖춘 인물로 다가온다.
 행운이 연달아 왔지만 각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의 개봉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불운만큼은 피하지 못했던 김승우와 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맞춤복을 내준 두 감독과의 만남이 큰 변화
 `해변의 여인’에서건 `연애참’에서건 그는 딱 맞춘 듯한 연기를 해냈다. 마치 중래가, 영운이 김승우인 듯 보였다. 배우에게 그 배우 외의 배우가 생각나지 않았다는 표현은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다.
 특히 `연애참’에서 아내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하는 전화를 건 연아를 흠씬 두들겨 패고 나서 죄책감과 현실의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내에게 전화해 “수경아, 사랑해”라고 울먹이는 영운과, 끊을 수 없는 연아와의 사랑을 직시하며 그저 말없이 우는 `연애참’의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다.
 갑자기 연기력 출중한 배우가 된 김승우. 주변의 이런 칭찬에 그는 어떤 생각이들까.
 그는 “난 훌륭한 배우는 아니다. 훌륭한 배우라면 기성복을 입어도 맞춤복을 입은 듯 내게 잘 맞지 않은 배역도 소화해내야 하는데 기성복이면 기성복이라는 티를 내듯 연기했다. 그런데 홍상수, 김해곤 두 감독이 내게 맞춤복을 입은 듯한 연기를 끄집어내게 했다”며 모든 공을 두 감독에게 돌렸다. 데뷔작 `장군의 아들’ 때 만나 20년 가까이 김승우와 친하게 지낸 김해곤 감독은 누구보다도 배우 김승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 작품 하기 전에도 “너와 작업한 감독들, 진짜 널 모른다. 코미디를 한답시고, 멜로를 한답시고 그저 전형적인 틀에 널 가둬놓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홍 감독은 배우의 역량을 한껏 뽑아낸다. 홍 감독은 “배우에게 50%를 발견하면 내가 생각하는 50%와 조합을 이루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홍 감독이 김승우한테만큼은 더 자유롭게 놔줬다.
 “들은 이야기지만, 홍 감독은 배우들이 대사를 바꿀 수 없게 한대요. 그런데 전대사를 잘 못외워요. 이해를 하는 편이죠. 1-2-3-4-5순으로 된 대사를 제가 이해하면 3-5-2-1-4, 이런 식으로 바꿔 말해도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내가 바꾸는 것을 홍 감독이 받아주시더라구요.”
 이처럼 두 감독 모두 김승우를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난 생각보다 유연한 배우예요. 그런데 이번 두 작품을 통해서 내가 갖고 있는 배우로서의 유연함을 맘껏 풀어놓은 거죠. 그래서 `연애참’이 끝났을 때 좀 쉬려고 했던 게 스스로도 `원 없이 연기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다 또 `해변의 여인’의 홍상수 감독을 만나 또 원 없이 연기하게 됐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 운이좋습니다.”  ◇나이가 주는 세상에 대한 이해
 `연애참’은 김해곤 감독이 1998년 `보고 싶은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에서 당선됐던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 벌써 8년 전의 일이며, 김 감독이 `파이란’의 시나리오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 쓰인 작품이다. 출품하기도 전에 김승우에게 보여줬다.
 “그땐 제가 20대 후반이었어요. 정말 재미가 없더라구요. `세상에 이런 사람도 다 있어?’ 그런 생각으로 공감이 전혀 되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에 다시 봤어요. 다바뀌어 있더라구요. 형(김 감독)에게 전화해 물어봤죠. `형, 도대체 뭐가 바뀐 거지?’라고. 그랬더니 `글자 한 자 바뀐 거 없어’라고 하더군요. 너무 느낌이 다르다고 했더니 `임마, 네가 30살이 훨씬 넘었잖아’ 그러더군요. 세월이 흘러 그래도 이제는조금은 삶을 알게 된 나이가 됐더니 이 사랑의 느낌이 달리 받아들여지네요.”
 그가 생각하는 영운은 도대체 생각이 없는 놈이며, 또한 다분히 현실적인 놈이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인 영운을 두고 “둘 중 하나는 정리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그는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었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영운에 푹 빠져 지냈지만 (제작비 때문에) 힘든 제작과정을 견뎌야 했던 그가 홍상수 감독을 만나 중래를 연기하게 되자 주변에서 “너 어쩌다 시나리오를 보는 혜안이 갑자기 생겼냐”고 놀리기까지 했다.
 문숙(고현정)을 진짜 사랑하지는 않으면서 여체에만 관심있는 중래. 나름대로 사랑을 하기 위해 애쓰는 남자인 중래는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일 수밖에.
 둘 다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그는 이를 표현해낸 공 또한 두 감독에게 돌렸다. 개인적인 경험담을 덧붙이면서.
 “제가 어느 날 촬영장을 봤더니 제가 최소한 3~4번째더군요. 그만큼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아요. 남주에게 `왜 이리 촬영장이 젊어졌을까’ 그랬더니 `오빠가 나이 든 거야’ 그러더군요.
 나이가 든다는 건 내가 누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걸 뜻하죠.
 그런데 사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고, 투정부리고 싶거든요.
 그걸 두 감독에게 할 수 있어서 믿고, 편안하게 연기했습니다.”
 ◇편안하고 넉넉한 둥지가 된 가정
 그에게 결혼 생활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톱스타들의 만남은 여전히 관심이 가기때문이다. 여전히 김남주와의 부부 CF, 아이 공개 등을 하지 않는 그가 9개월된 딸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한다. 영락없는 그냥 아빠일 뿐이다.
 “2년 전쯤 안성기 선배가 (박)중훈 형한테 저에 대해 `승우는 책도 열심히 읽고, 사람들과 관계도 좋고, 다 갖춘 것 같은데 뭔가 하나 빠져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셨대요. 제 옆자리가 비어 있던 거죠. 결혼 후 꽉 차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이 표현으로 그는 김남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전했다.
 어느 한 TV 연예프로그램에서 “밖에서는 그렇게 잘 웃고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이 집에서는 말도 없고 무뚝뚝하다”고 말했던 김남주의 말이 기억나 물었다. 왜 그러냐고.
 그는 크게 웃으며 “남자에게는 콤플렉스, 또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다. 밖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서는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의 성격 때문에 개봉을 앞두고서야 `연애참’의 제작과정이 힘들었다는 것을 안 김남주는 “왜 말 안했느냐”고 하지만 “아내에게 그런 걱정까지 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기 자리를 확고히 찾아가는 김승우의 살아가는 모습이 따뜻해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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