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 되고보면 반찬타령은 사치다. 곡식이 아니라도 된다. 라면이 물에 끊는 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어 날로도 맛있게 먹을 정황이라면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들린다. 이런 극한상황이 아니라면 우리네 식생활에서 반찬은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놓고도 주인은 “찬이 시원찮아서…”라며 손님의 눈치를 살피는 게 우리네 풍습이다.
잘 차린 밥상을 물릴 때 보면 젓가락 한번 스치지 않았거나 건드린 둥 만 둥한 반찬들이 수두룩하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아랫사람들을 보살피는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풍요가 넘치는 시대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대로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거나, 아니면 다시 밥상에 올려지거나 둘 가운데 하나다.
한때 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가 1년에 8조원이라 해서 자극이 됐던 일이 있었다. 음식점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이야기다. 반찬이 푸짐해야 잘 먹었다고 생각하는 우리네 음식문화에서는 음식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다행히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 의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구책을 마련하는 경북지역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 `야박하다’는 손님들의 불만을 무릅쓰고 `반찬 셀프’를 실천하는 음식점들이다. 반찬을 먹을만큼만 가져가니 음식 쓰레기가 덜 나올 것은 정한 이치다. 반찬 셀프로 믿음을 얻게 되면 손님들은 줄을 설 것이고 식문화 개선으로 가는 디딤돌도 되리라고 본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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