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죽는 날 동그라미 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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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죽는 날 동그라미 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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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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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정, 뇌종양 투병기 담은 싱글음반 발매
 
 연기자 이의정(34)의 첫번째 싱글음반 제목은 `리인게이징(Reengaging)’이다. `인생 2막’, `제2의 삶’을 뜻한다. 그가 뇌종양 극복 후 다시 얻은 삶에 대한 남다른 느낌을 담은 제목이다.
 3인조 그룹 우노&베티, 여성듀오 알모너에 짧게 몸담았던 그가 솔로로 처음 낸 음반 수록곡은 모두 자신의 얘기다. 타이틀곡 `윤선수’와 수록곡 `좋아좋아’는 2006년부터 만난 7세 연하 남자 친구가 노랫말의 주인공이다. `하늘아 도와줘’는 뇌종양투병 경험담을 담아 심금을 울린다.
 1일 만난 이의정은 인터뷰 도중 머리 오른쪽 부분 흉터를 보여주면서 “팬 이 부분이 치료를 받은 흔적인데, 이젠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다”며 웃었다.
 2006년 그는 뇌종양 판정을 받아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6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다행히 뇌에 생긴 7㎝ 크기 림프종은 악성이 아니었고 한방 치료와 강한 의지 덕택에 소멸해 현재는 완치 단계에 이르렀다.
 당시 머리가 심하게 아파 병원을 찾았다는 그는 두개골을 뚫어 조직검사를 받았다. 병실에서 아침 뉴스를 통해 `이의정 뇌종양 3개월 판정, 시한부 인생’이라는 보도를 접한 그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 나 죽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2남2녀 막내딸의 물음에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다고 한다.
 “조직 검사를 받을 때, 몸 왼쪽 부분이 마비돼 대소변도 가리기 힘들었어요. 기억력 테스트도 하루 8시간씩 받았고요. 하지만, 병원에 진을 친 취재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수술 대신 집에서 편하게 죽기로 했죠. 3개월 되는 날이 2006년 10월23일이었는데 달력에 `나 죽는 날’이라고 동그라미를 쳐뒀었죠.”
 이 말을 하는 그의 눈이 금세 붉어지며 눈물이 고였다. 그는 “달력에 동그라미를 친 전날이 가장 무서웠다”며 “`내일 아침에 눈을 뜰까, 안 뜰까’란 생각으로 잠들었는데,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내 몸을 만져봤다. 그래서 `아, 1년 6개월은 사는구나’라고 다시 날짜를 체크해뒀다. 이런 무서운시간을 두 번 겪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완쾌됐을까.
 “병원에서는 전이만 막아줄 뿐,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죠. 전 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오히려 안정된 마음으로 지냈어요. 평소보다 밥도 많이 먹고 훨씬 밝게 생활했죠. 병원에서 먹었던 약이 독해 내장기관 손상으로 한약도 먹었지만, 많이 웃으며 엔돌핀 넘치게 생활했죠. 병원에서는 그 덕택에 치유됐다고 하더군요.”
 그는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데 대해 “배우 생활을 오래해 `죽음이란, 치열하게 욕하고 싸우는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위안했다”며 “난 인지도도 얻었고, 집도 잘 살았고, 해외에서도 살아봤고, 외제차도 타 봤고, 대학도 나왔고, 해볼거 다 해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더라”고 덧붙였다.
 완치 덕택인지, 몇몇 무속인들은 뇌종양은 무병이었으니 신내림을 받으라는 전화도 걸어왔다고 웃었다.
 2006년 퇴원 이후 죽더라도 체력의 한계까지 일해보자는 생각에 인터넷 쇼핑몰 `아미까’ 사업에 몰두했다. 이때 의류사업을 하는 지인을 통해 `피팅 모델’을 소개받았다. 지금의 남자친구인 7살 연하의 신창엽 씨로, 이의정과는 4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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