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맺을 수 없는 너였기에 잊을 수 없었고 잊을 수 없는 너였기에 괴로운 건 나였다. 그리운 건 너 괴로운 건 나 서로 만나 사귀고 서로 헤어짐이 모든 사람의 일생이려니
-서가숙 집안 구석구석 주렁주렁 매달린 군상들. 빡빡 털어내도 남아있는 흔적과 싹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시간들. 오늘 하루 소나기 맞을 기분으로 외출이나 해 볼까?
-서가숙 실과 바늘로 뜨개질 한다. 공상 속에서 힘껏 나래를 펴며 조금씩 형태를 만든다. 과거와 미래 속을 저울질 하며 사랑 담아 한올 한올 행복을 만들어 간다.
-서가숙 저 만큼 다가서는 서러운 젊은 날이 낯설은 시간 속에서 마음만 흐느껴우네. 물밀 듯 파고드는 작은 사랑의 이야기. 슬픔에 취해버린 새야 고요히 잠이 들어라.
갈대 우거진 신성리가, 신성해 보인다. 신성리는 세계 최대의 양로원, 머리 흰 갈대꽃들이 백발을 흩날린다.
우리 집 안주인 매서운 또 한소리 구구절절 선문에 말문 막힌 답문뿐 지나치던 바람도 내 모습 보기 민망한지 쯧쯧 혀 차며 쳐다보지도 않고 도망친다
추수끝난 빈 대추나무에 붉은 해가 걸렸다. 텅 빈 대추나무에 바람이 달렸다. 대추나무에는 까치밥도 안 남겨 놔 새들도 저만큼 비켜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