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종 화요일은 화나는 날. 시립도서관 정기휴관일 줄 까맣게 잊고서, 평소처럼 도서관을 찾다가 굳게 잠긴 문을 보고, 맥없이 돌아서는 날!
김상훈 가진 것 다 버렸는데 버릴 것 자꾸 생기네 채울 것 다 비웠는데 비울 것 자꾸 꼬이네 버리고 비우는 일이 요순보다 어렵던가.
김상훈 별받이 미닫이 아래 분매 한그루 앉혀 놓으니 온누리 봄 氣運이 우리집에 먼저온다. 먼 하늘 回靑의 자락도 추녀 끝에 와 걸린다.
김상훈 어릴땐 土담방에서 빈대 벼룩과 함께 살고 늙어선 시멘트 방에서 바퀴벌레와 함께 산다. 害蟲도 萬有의 하나이니 同居共生 하라는 건가.
김시종 스님이 보신탕을못 드시니, 절 개는 안 죽고,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산사 선방에 노승(老僧)은 있어도,산사 마당에노구(老狗)는 없더라.
김상훈 살구꽃 피는 마을 피는 꽃이 저리 곱다. 피는 꽃 그 너머로 지는 꽃도 어여쁘다. 목숨도 오가는 날이 저리 꽃길이고저.
김상훈 비슬산 멧새 한 마리 앞마당에 내려 앉아 무엔가 전갈하듯 쫑깃거리다 가버렸다. 울안에 듬뿍이 쏟아 논 도라지꽃 내음새
김상훈 바다는 오늘로 종일 눌나울만 지우는데 산은 달리다 멎어 의지로만 굳어 있다. 진실로 고독한 자의 묵원(默願)이라 이르리까.
-김시종 노래하는 남자가수의 입보다,춤추는 백댄서의 배꼽에단연 눈길이 모인다. 노래하는 입술보다,침묵하는 배꼽을 선호하는성숙한 청중의 중후한 인품.생방송은 도덕적이다.
김시종 추운날엔 따뜻한 차 한잔이 그립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립고 그립고 그립고… 그러나 추운 날엔 둘 곳 없는 마음 시리고 별빛조차 시리다.
김상훈 東山에 올라보면西山을 알 수 없고 西山에 올라보면東山을 알 수 없다. 언제면 兩端을 꿰뚫어 볼慧眼 밝아 올건가.
김상훈 喊聲이 따로더냐이게 곧 함성이지 얼었던 하늘 땅이 풀리기도 이른 터에 다투어 봄을 歡呼한滿開百花 그것이지.
김상훈 너를 두고 너라고 밀치고나를 두고 나라고 도사리면 너와난 언제고 둘일뿐하나되긴 영영 먼길 萬象은 不二의 渾融임을미쳐 못깬 어리석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