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사랑 정신으로 포항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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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사랑 정신으로 포항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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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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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예술의 뿌리`포항시립극단’
 
“연극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밝힌 포항이 낳은 기적의 연출가 김삼일씨는 60~80년대 사이에 연극을 배우는 제자들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그만두고 하나, 둘씩 떠나갈 때가 제일 가슴 아팠다며 지난 46년 동안  외길 인생을 고집할 수 있었던 것은 연극에 대한 열정과 애향심이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김삼일씨를 만나 그의 인생이야기를 통해 포항 연극의 발자취를 추억해 본다.
이해랑 연극상을 김삼일씨가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포항시립극단 단원들. 포항시립극단의 대표작들.(위부터 차례대로)포항시승격 60주년 기념 작품`형산강아 말해다오’.3·1운동 90주년 기념작인 `아! 그날의 함성, 포항의 3·1운동’.지난해 창단 25주년 기념작인`포은 정몽주’.6·25를 배경으로 과부마을의 사건을 그려낸`산불’.

 
 전국 최초 시립극단, 26년간 118회 공연으로 탄탄한 기량 과시
 김삼일 연출자`46년 연극 외길 인생’…100여 작품 출연·연출
“인재 양성이 최우선…각 분야별 아카데미 창설, 육성 나서야”

 
 ●연극의 바탕은 열정과 애향심 
 “정신과 향토애입니다. 포항을 죽도록 사랑하는 향토 사랑의 정신없이 문화예술 운동을 한다는 것은 하루살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운동은 향토애에 그 뿌리를 둬야 합니다”
 포항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제일 먼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답변한 연출가 김삼일씨는 포항시립극단장으로 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 대학원 공연예술학과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연극인으로 지금까지 100여 작품에 출연과 연출을 했다.
 오는 11월 3~4일 황보인의 여종 충비단양의 눈물겨운 일생을 극화한 <집신골의 어머니>와 내년 3월 <맹진사댁 경사>, 6월 세익스피어 작 <로미오와 줄리엣>, 9월 고골리 작 <검찰관>, 11월 세익스피어 작 <햄릿> 공연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963년 KBS포항방송 전속 성우 1기로 공채돼 방송극에 출연하면서 1964년 졸업을 앞둔 대학생의 신분으로 KBS본사 주최 전국 대학 방송극 경연대회에 오종규 작, 김삼일 연출 <한강변의 기적>을 가지고 참가하면서 연출과 배우를 겸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1960년대는 정말 연극하기에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당시 포항문화원장님이셨던 재생 이명석 선생님을 찾아 사정을 말씀을 드렸더니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던 육거리 애린 고등공민학교 강당에서 수업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서 연습하도록 배려해 주셨다”며 연극의 불모지였던 포항에서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의 어려웠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리고 “이명석 선생님이 막연한 생각으로 연극을 하지 말고 향토애와 사랑을 가지고 연극을 통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라고 당부하셨다”며 그래서 지금까지 이명석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연극의 길을 걸어 왔다고 했다.
 
 ●연극인생 46년동안 가장 감명 깊었던 일
  1985년 전국연극제에서 <대지의 딸>을 연출해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서울 대학로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기념공연을 했다. 웬 신사가 무대 뒤로 찾아와 현대건설 이명박 사장이 포항극단인 `은하극장’이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기념 공연을 한다는 것을 신문에서 보고 단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고 싶다는 뜻을 직원을 통해 전해왔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후 신상률 포항연극협회 회장을 비롯한 단원 20여명은 현대건설 사옥에 마련된 만찬장으로 안내되어 갔다. 이명박 사장은 자신은 포항출신의 고학생으로 풀빵 장사를 하면서 역경을 딛고 현대건설의 사장이 되었다며 단원들도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면 포항 문화예술을 꽃을 피우는 큰 인재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2004년 이해랑 연극상을 받을 때 서울 시장이었는데 그 때 시상식이 열리는 조선일보 강당으로 이춘식 서울시 부시장을 보내 축하 해주었다. 이명박 사장이 서울시장을 역임하고 대통령이 되었다며 세월의 무게만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김삼일씨는 1966년 우리나라 최고의 연출가 이해랑 선생이 이동극장을 창설하고 단원을 모집한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응시했다. 면접일 처음 만난 이해랑 선생이 한참 동안 이력서를 보고 엄숙한 표정으로 “김군! 현재 포항에서 열심히 연극 활동을 하고 있으니 보람된 일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동극장을 창설한 것도 지방연극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하고 있는 연극 활동을 계속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이동극장은 김군의 연극 정신으로 봐서는 합격한 것이나 진배없네. 내려가게” 이해랑 선생의 말씀을 듣는 순간 너무도 감격해 “네” 하고 곧바로 포항으로 내려와서 연극 활동을 계속했다.
 1985년 전국연극제가 충북 청주에서 열렸다. 그때 김삼일씨는 포항은하극장의 대표와 포항시립극단의 연출자를 겸하고 있었다. 차범석 작 <대지의 딸>을 가지고 참가해서 대통령상을 받고, 서울 대학로에서 특별초청공연도 했다. 이때 심사위원장이 이해랑 선생으로 이명석 선생과 이해랑 선생은 김삼일씨의 연극 인생에서 나침반이었고 보람이었다.
 조선일보에서 이해랑 선생의 연극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이해랑 연극상을 제정해서 해마다 대한민국에서 연극인 1명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2004년 제14회 때 김삼일씨가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했다.
 
 ●인재육성 시스템과 조례제정 시급
 “이제는 행사를 자꾸 만드는 것보다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힌 김삼일씨는 “인근 경주에 김동리, 박목월 선생이 있듯이 포항에도 훌륭한 문화예술가를 집중 육성해야 됩니다”며 “문학, 미술, 연극, 무용, 사진, 음악 등 각 분야별로 예술아카데미를 창설해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소속시켜서 기량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조례를 제정해 포항예술원을 창설하고 인품과 기량을 함께 갖춘 예술인을 뽑아 이들을 집중 지원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관객의 격려가 배우를 빛나게 한다
 포항시립극단은 전국에서 국립극단 다음으로 두 번째로 창설된 관립극단이다. 참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에 국립극단 하나밖에 없는데 포항에서 26년 전 1983년에 시립극단을 창설했으니… 1963년부터 꾸준히 연극을 해 온 결실이다.
 포항시립극단이 전국에 자극제가 돼 지금은 서울시립극단을 비롯해 대구, 전주, 부산 등 대도시에도 시립극단이 탄생했다. 포항시립극단의 배우들의 기량은 중앙의 연기자 기량과 비교해 하등의 손색이 없다. 때문에 포항시립극단은 지금까지 118회의 공연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중앙의 배우를 객원으로 출연시키지 않았다.
 포항시립극단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냈다. 지난 2008년 단원의 실기 평가를 심사했던 중앙의 유명 연출자들도 포항시립극단 단원들의 실기 평가에서 수도권 시립극단 단원의 기량보다 평균적으로 우수하다고 칭찬했다. 지금 포항의 문화예술행사와 단체 발전에는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관객인 시민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차영조기자 cy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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