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보단 실력 먼저 알린… 당찬 소녀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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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보단 실력 먼저 알린… 당찬 소녀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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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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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은 모두 기모노 입는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일본을 몰랐죠. 일본 드라마를 보고 불량한 말을 배웠나봐요. 드라마 속 학생이 선생님에게 `오마에’라고 하길래 방송사 스태프에게 `오마에’라고 불렀죠. `당신’이란 뜻인 줄 알았는데 `이 놈, 이 녀석’이란 의미였어요”(웃음)
 2004년 9월 첫 싱글 `유비키리(새끼손가락 걸기)’로 일본에서 데뷔, 지금껏 8장의 싱글과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한 윤하(18)는 국내에 얼굴을 알리기 전 오리콘차트에 먼저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처음엔 이 같은 말 실수처럼 시행착오도 있었다. 2년이 흐른 지금, 그는 `피아노 록’이란 그만의 장르를 개발해 한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별이 총총 박힌 파란 피아노 건반을 신나게 두드리며 파워풀한 음색으로 `호키보시’(혜성)를 부른 깜찍한 소녀는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국내에 입국해 처음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게 된 윤하는 일본인 특유의 예를 갖추는 행동이 몸에 밴 듯했다. 칭찬할 때마다 90°로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저런 체구에서 어떻게 힘 있는 목소리를 낼까’ 신기할 정도로 마르고 자그마했다. 다소 수줍은 듯 내뱉는 말 속에는 겸손 이면의 당당함, 유머감각, 털털한 성격도 묻어났다.
 “일본서 지하철ㆍ버스 타고 다녀도 아무도 절 못 알아봐요. 제가 부른 영화 `터치’ 주제곡 `터치’가 한창 떴을 때 음반 매장에서 한 남자가 헤드폰을 끼고 제 노래를 듣고 있었어요. 옆에 계속 서 있어봤죠. 쳐다보길래 음반 사진과 절 가리켰는데도 못 알아보더군요. 흑흑, 전 존재감이 없나봐요.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웃음) 일본 무대는 그에게 인생에서 찾아온 첫번째 기회였다. 처음부터 일본 데뷔를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노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기회가 왔을 뿐. 록음악 시장이 탄탄한 일본에서 피아노를 치며 시원스런 가창력을 선보인 그는 틈새 시장을 공략했고 적중했다.
 작년 6월 발표한 두번째 싱글 `호키보시’가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18위에 처음 진입한 뒤 다음날 12위로 올라섰다. 또 작년 9월 네번째 싱글 `터치’가 오리콘 데일리 싱글차트 15위에서 11위까지 수직상승했다. 작년 10월 정규 1집 `고! 윤하’는 오리콘 데일리 앨범차트 10위에 오르며 `톱 10’ 진입이란 기록을 세웠다. 이는 데뷔한 지 1년 만의 수확이었다.
 “요즘 오리콘차트 10위권에 한국 가수들이 여러 명 포함되는 걸 보면 한국 가수의 위상이 대단하다는 걸 느껴요. 저나 선민처럼 일본에서 트레이닝받아 현지에서 데뷔할 경우 언어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단 장점이 있죠. 하지만 한국의 유명 가수가 데뷔할 경우 현지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란 더 쉬워요”
 화제가 된 피아노 실력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피아노는 네 살 때부터 치기 시작했다. 아빠가 피아노 소리를 좋아해 꾸준히 배웠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며 클래식이 저와 안 맞다는 걸 알게 됐어요. 왜 모두 콩쿠르에선 하나같이 소나티네를 쳐야 하죠? 심사위원도 지루하겠단 생각을 했죠. 저의 피아노 소리를 구속하고 싶지 않아 초등학교 때 `마법의 성’이란 대중음악을 처음 연주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팝을 쳤고요”
 다양한 음악에 대해 열린 마음, 학문을 향한 욕심은 여전했다. 작년 6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 때도 윤하가 강조했던 대목이다
 세계에는 신기한 음악, 악기가 많고 모두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란다. “표현력이 부족할지라도 내 목소리를 좋아한다”는 그는 “언젠가 지구상 60억 인구가 내 노래를 듣는 날을 꿈꾸고 있다. 한 장르에 치중할 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IQ 153으로 알려진 그는 공부에 대한 열의도 대단하다. 2004년 서울 휘경여고 1학년 재학 중 일본으로 건너갔고 작년 8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대학에 지금 가면 제대로 공부할 수 없어 미뤘어요. 문학을 비롯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고 싶어요. 어느 대학으로 진학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유럽에도 가고 싶습니다. 콜드플레이, 퀸 등 UK록을 좋아해 영국에서 노래하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영어도 잘해야 하는데, 공부할 게 너무 많아요”
 현재 윤하는 도쿄 시부야 인근의 맨션에서 한국 소속사(스탐) 여직원과 단 둘이생활하고 있다. 마음은 역시 10대 소녀다. 일본의 스타 고다 구미, 이효리처럼 `S 라인’ 몸매도 갖고 싶고 화장하는 것도 좋아한다. 일본 팬이 선물한 1000 마리 학과 장미, 학교에서 만들었다며 보내준 지점토 인형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일본 레인보우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윤하는 내년 봄 국내 데뷔 음반을 내기 전 한국 활동 워밍업에 들어갔다. 1집 `고! 윤하’ 수록곡 13곡을 온라인 음악사이트 도시락을 통해 18일 첫 서비스했다. 11월 한국어로 부른 디지털 싱글 발표를 위해 노래를 수집중이다. 하반기 일본 활동 라인업도 빼곡하다. 두번째 정규 음반과 첫 단독 공연을 준비한다.
 “한국에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그는 “내년 봄엔 음반을 내고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조급만 마음보다 기다려준 팬들께 빨리 보답하고싶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윤하는 “현해탄을 40~50번은 건넌 것 같다”며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직행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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