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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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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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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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잿가루와 터키인의 검은 피로 만든 시럽이며, 낡은 구두나 장화를 삶아 낸 국물….” 1975년 영국의 찰스 2세에게 커피금지령을 내려달라며 제출된 탄원서의 한 대목이다. 커피를 반대하여 궐기한 영국 승려들 또한 독설을 마다하지 않았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지금 손에 들고 마시고 있는 커피 찻잔보다 더 검은 얼굴로 최후의 심판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요즘 세상에 이런 식으로 커피를 깎아내렸다간 쏟아지는 `댓글 폭탄’에 잠시도 견디기가 힘들 것만 같다. 커피만큼이나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고,견해가 엇갈리는 것도 드물 것만 같다. 이런 가운데서도 커피는 세월 따라 진화를 거듭해왔을 뿐만 아니라 퇴보는 아예 모르는 모양새다. `스타벅스’부터 `카페일리’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영업 중인 커피 전문점이 11개로 늘어나서다.
 이 전문점들의 1392개 점포가 지난해 5500억원을 거둬들였다고 한다.거의 2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커피시장의 28.9%다.
 대형 할인점에서도 커피는 물러설 줄을 모른다. 물러서기는 커녕 커피믹스가 지난해 판매 순위 1위에 올라섰다. 힘겹게나마 1위를 고수해오던 쌀을 3위로 끌어내리고 2단계나 뛰어올랐다.신세계이마트의 집계가 이렇다. 11월까지 전국 126개 점포에서 팔려나간 쌀 10만5천t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줄어든 것이란 이야기다.한마디로 밥상을 뒤엎은 꼴이다. 
 언제라고 농민들의 얼굴에서 시름이 사라졌던  때가 있었던가 싶다. 요즘 같아서야 느느니 커피요, 담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잔에 수천 원이나 받는 전문점 커피는 엄두도 못내고 할인점 커피믹스로 대신할 지언정 커피의 `쓴맛’아닌 커피믹스 `단맛’으로 근심걱정 달래보려는 것일까. 쌀이 이 `굴욕’을 씻고 `커피보다 밥’의 위상을 되찾는 날이 오기나 하려는지 자못 궁금해지기만 한다.  김용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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