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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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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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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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 나릿 므른/ 아으, 어져 녹져 하는데/ 누릿 가온데 나곤/ 몸하 호올로 녈셔/ 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에 전하는 월령체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정월 편이다. 고가연구의 태두 양주동 박사는 여요전주(麗謠箋注)에서 이 노래를 대략 이렇게 풀었다. `정월 냇물은, 아아, 얼자 녹자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정월에 흐르는 냇물마저도 얼었다가 녹았다가를 반복하면서 어울려 흐르는데 이 세상 살아가는 이 몸은, 아아, 혼자로구나 하는 외로움의 탄식이다.
 `정월은 맹춘(孟春)이라 입춘 우수 절기로다.’ 조선시대 월령체 가사 농가월령가의 1월령은 첫머리를 이렇게 일으켜 세운다. 초봄에 들어서니 입춘과 우수 절기가 들었다는 말이다. 오늘이 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대동강도 풀린다는 절기 우수(雨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게 곧 우수의 뜻이다. 여한미진(餘寒未盡)의 꽃샘추위가 없지 않겠지만 이제 봄은 서서히 시작되었다.
 엊그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2일 설을 앞두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새해인사를 띄웠다. “참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설을 맞아 자신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네티즌에게 평범하게 던진 인사말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듣기에 따라선 세종시 정국의 복판에 선 그의 요즘 심경을 담은 걸로도 볼 수 있겠다. 여당 내 주류와의 불협화음이 모진 추위로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도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고 했으니, 곧 봄이 오리란 희망의 예언일까. 세종시 논란으로 날이 선 정치판을 생각하면서 “우수 뒤의 얼음같이”라는 속담을 떠올린다. 언 가슴이 녹았으면 하는 거다. 봄이 오면 고목에도 물이 오르듯 세종시로 꽉 막힌 우리 정치판에도 연둣빛 같은 희망의 싹이 트면 좋겠다. 요 며칠 캐나다 밴쿠버에서 날아든 우리 젊은이들, 모태범과 이상화의 금메달 낭보처럼 그렇게 큰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민을 실망시키지는 말아달라는 거다. 고려속요 동동은 정월 냇물도 얼며 녹으며 어울려 흐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재모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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