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갈팡질팡하는 대화는 주소 묻고 대답하기도 마찬가지다. 마침 적절한 용례(用例)가 있다. “일껏 주소를 쓰게한 후, “주민등록증에 적힌 대로 대야죠?”하고 정정시킨다. 그리곤 ,“한 달 전에 이사를 가서 지금 사는 데는 무명동이죠.” 정말 울화통이 터지는 게 아니라 전신 만신의 피가 싹 하수구로 빠져나가는 듯 맥이 풀린다.자기의 나이나 주소 한번 대기에도 이처럼 어렵고 갈팡질팡으로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과연 그들이 어떤 대화로 남을 즐겁게 할 것인가. 생각하면 절로 따분해진다.” <윤호영/ 대화의 원시림>
`갈팡질팡’은 `갈피를 잡지 못하여 이리저리 헤매는 모양’이라고 국어 사전에 풀이돼있다. `방향을 못 정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모양’이라고 풀이한 사전도 있다. 갈피를 못 잡으나,방향을 못 정하나 그 뜻은 매한가지다. 더 속된 말로 표현하면 실감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면에 올릴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에두를 수밖에 없다.
포항시가 1000억원대 유기성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두 번씩이나 방법을 바꿔가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하수찌꺼기, 음식, 축산폐수를 가공해 에너지를 만드는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을 번번이 바꿔 듣는이들은 헷갈린다. 재정사업인지,민자인지 아니면 혼성인지 지난 1년 사이에 보고할 때마다 널뛰듯 하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짜증이 났는지 “재검토-재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하기야 포항시 현안은 의회에 갈 때마다 “재보고”꼬리표를 달고 되돌아왔으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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