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울렁거리는 것은 먹을 것이 뱃속에서 탈이나 메슥메슥할 때,놀랍고 두렵거나,가슴이 설렐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물결이 잇달아 흔들려도 울렁거린다고 한다. 이런 용례를 볼 수가 있다. “참새는 그 눈부터가 죄를 저지른 도둑같이 동그랗고,울렁울렁,잠시도 쉬지않고 고개를 까딱거린다. 삶이 옆에만 가도 질겁을 하고 달아난다. 하기는 가을마다 얼마나 많은 나락을 먹어대는가.아마 그래서 사람들은 제비는 잡아먹지 않아도 새들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지도 모른다. <한흑구/제비>
예전에도 `울렁증’이란 표현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들어 부쩍 유행하는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힘들고 거부반응을 보일 일들이 많아진 탓인가.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의 `영어 울렁증’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조사 대상 762명의 73.8%가 `영어 울렁증’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영어의 중요성을 인정한 응답이 67.5%나 됐다.
요즘은 70대 노인들도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분들이 적지않다. 그 나이에 영어를 배워서 어쩌겠다는 게 아니라 손주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도 외마디 소리일망정 알아야 쓰겠더라고 했다. 어르신들이 이런 판에 젊은이들이야 긴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울렁증 고비만 넘어서면 평탄한 길이 열리지 않으랴. 지게만 봐도 `A’자가 생각나 넌더리가 날 지경이라면 영어울렁증이 중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는 발전의 전조이기도 한 것일 게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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