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올랐던 이어령씨의 `茶 한 잔의 사상’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태양과 친한 사람들은 건강한 육체를 가진 사람이다 . 그늘 속에서 자라난 파리한 서생들은 태양을 모른다. 구릿빛 근육은 행동을 요구한다. 앉아서 생각하는 인생이 아니다. …<중략>… 태양과 친한 사람들은 출범하는 선부(船夫)들 처럼 건강과 모험과 기대에 가득 차 있다.”
식물이라고 다를 게 없다. 시몬 베유의 `노동일기’에서 한 대목을 옮겨본다. “ 다만 엽록소라는 성분만이 우리 대신 태양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으며, 이 에너지로부터 양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땅을 적절히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태양 에너지는 엽록소에 의해서 고체로 변화하여, 우리의 빵과 포도주,기름,과일이 되는 것이다. ”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태양관은 이렇게 일치한다. 그런데도 올 3월의 태양은 농민들에게 눈물과 한숨을 안기고 있다. 3월 한달동안 대구·경북지역 일조량은 하루 평균 3.6시간이라는 게 대구기상대의 분석이다. 한달 내내 햇볕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 98시간 뿐이란 것이다.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3월 하루 평균 일조량은 6.7시간이었다. 3월 한달 일조량은 180.9시간 이었다.다른 수치를 더 인용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일조량이 반토막 나 버린 것이다. 이것이 재해가 아니면 무엇인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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