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정치권에서 나온 떡고물론(論)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는 부정부패를 일컫는 대표 용어로 자리가 굳은 상태라고 해도 별다른 이의 제기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할 정도다. 남의 뇌물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챙긴다는 뜻으로 떡고물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떡의 크기 나름 아닌가.그 차이를 굳이 계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경북지역에서 단속된 토착·교육·권력형 비리 134건 400명 가운데 공무원이 절반을 차지한다. 47.3%에 이르는 192명이 공무원이다. 경북경찰청의 분석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과 각급 공무원들이 골고루 섞여있다. 이들이 가장 입맛을 들인 것은 각종 보조금과 공금 횡령이다. 46.8%에 해당하는 187명이 이 범죄 혐의로 걸려들었다. 단속된 400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0명이니 나머지는 떡고물을 챙긴 혐의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경북도가 공직비리를 뿌리뽑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청렴경북’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내부비리 신고자의 신분을 보장할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감사관 전용 핫라인도 설치한다고 보도됐다. 이렇게 해서 경북 공무원 사회가 청정지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무엇 있을 건가. 하도 구호에 인이 박히다보니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별로 감흥이 없으니 탈이다. 해묵은 우스개에 참기름의 진화가 있다. 참기름→ 진짜참기름 →순진짜 참기름→ 정말순진짜 참기름→100% 정말순진짜 참기름…. 청렴실현 방법론이 이런 유형이 안 되기만 바란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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