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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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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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엊그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말해 세계적인 토픽이 되었다. 내주 방영 예정인 디스커버리 다큐멘터리에서 “인간이 수백만 년 후의 미래로 가서 황폐화된 지구를 다시 번성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이어 그는 광속(光速) 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을 때 그것은 가능하다며 `원인이 결과에 앞서야 한다는 일반원칙’ 때문에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은 불가능하겠지만 미래로 가는 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건 호킹 박사의 이번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모친살해의 역설(matricidal paradox)’로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도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불가하다는 말이 나온다.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에로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할 때, 어머니의 어린시절을 만나게 되면 어머니를 죽일 수 있게 되는데, 그러면 자신은 어떻게 태어나서 타임머신을 타는 데까지 오게 되었는가 하는 모순이 바로 모친살해 역설이다.
 이 이야기는 과학자나, 말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말장난 같게도 들린다. 하지만 한편으로 곰곰 생각하니 `사람으로 태어난 자가 결코 어머니를 죽일 수는 없다(죽여서는 안 된다)는 인문학적 메타포를 전달하는 현대의 창작신화(創作神話)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모친살해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기에 뻗쳐보는 실없는 생각일 테지만….
 엊그제 4일 서울 성수동에서 한 고교생이 무단결석을 나무라는 51세의 엄마를 둔기로 때려 절명시켰다. 그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술에 결어 사는 걸 나무란다고 40대 자식이 81세 노모를 갈비뼈가 4개나 나가도록 때려 숨지게 했고,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양주에서는 PC방에서 게임에만 빠져 사는 걸 나무라는 53세 어머니를 22살 아들이 망치로 머리를 내리쳐 절명시켰다. 내일로 다가온 어버이날이 무색한 이런 패륜들을 상기해 보면서, 전지전능하다는 신이 `결과가 원인을 앞지르는’ 꼴의 이런 비도(非道)를 인간에게 허용한 것은 아무래도 모순 같기만 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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