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룡유회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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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룡유회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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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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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역(周易)의 건괘(乾卦)는 용이 승천하는 운세의 표현이다. 주역은 이 운세의 단계를 용의 네 가지 처지에 비유한다. 첫 단계가 물속 깊숙이 잠복해 있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하는 잠룡(潛龍)이다. 그 다음은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 제왕의 인정을 받아 만천하에 뜻을 펼치는 현룡(現龍)이고, 그 다음 단계가 제왕의 지위를 향해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비룡(飛龍)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바로 `하늘’에 오르게 된 항룡(亢龍)이다. 하늘 끝까지 오른 용에게 닥칠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더 이상 오를 데가 없으므로 내려오는 길밖에 없다. 그걸 탄식한다는 말 역시 주역에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다. 내려와야 할 때의 그 아픔에 처하게 되면 차라리 오르지 않았던 게 더 낫지 않았겠나 하고 승천을 후회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부귀영달이 극에 달하면 쇠퇴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극에 달한 그 지위에 있을 때 매사 삼가고 겸손해야 한다는 철학적 가르침을 담고 있다.
 한고조 유방은 천하평정의 위업을 이룬 뒤 전쟁에 결정적 공로가 있었던 많은 장수를 차례차례 죽였다. 뒷날의 걱정거리를 없애 황실 안녕을 다진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유방의 최 일등공신이었던 장량(張良)은 유방이 천하를 평정한 후 일체의 영예와 권력을 마다하고 초야에 은둔하는 삶을 택했다. 권력자를 안심시켰으므로 그는 다른 공신들과는 달리 주살되지 않고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항룡유회의 교훈을 진작 깨달은 지혜의 본보기로 널리 회자되는 역사 토막이다.
 6·2지방선거가 곳곳에서 이변을 일으켜 예상 밖의 지방권력 지도를 그려내고 막을 내렸다. 16개 시도지사, 교육감을 비롯하여 3천여 명의 승자들이 크고 작은 권력을 얻었다. 저마다 더 오를 곳이 있는 여지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피나는 싸움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일단 항룡(亢龍)이 된 사람들이다. 또 그들 주변에는 장량 같은 도움꾼들도 많다. 그들 모두가 항룡유회의 교훈부터 새기며 승리의 환희를 스스로 엄격히 관리하는 게 지혜일 게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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