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조 유방은 천하평정의 위업을 이룬 뒤 전쟁에 결정적 공로가 있었던 많은 장수를 차례차례 죽였다. 뒷날의 걱정거리를 없애 황실 안녕을 다진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유방의 최 일등공신이었던 장량(張良)은 유방이 천하를 평정한 후 일체의 영예와 권력을 마다하고 초야에 은둔하는 삶을 택했다. 권력자를 안심시켰으므로 그는 다른 공신들과는 달리 주살되지 않고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항룡유회의 교훈을 진작 깨달은 지혜의 본보기로 널리 회자되는 역사 토막이다.
6·2지방선거가 곳곳에서 이변을 일으켜 예상 밖의 지방권력 지도를 그려내고 막을 내렸다. 16개 시도지사, 교육감을 비롯하여 3천여 명의 승자들이 크고 작은 권력을 얻었다. 저마다 더 오를 곳이 있는 여지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피나는 싸움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일단 항룡(亢龍)이 된 사람들이다. 또 그들 주변에는 장량 같은 도움꾼들도 많다. 그들 모두가 항룡유회의 교훈부터 새기며 승리의 환희를 스스로 엄격히 관리하는 게 지혜일 게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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