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말 못하는 방염제에 모든 책임을 미룬 채 손털고 비켜 앉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에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을 과다 사용한 것이 원인임이 드러난 때문이다.문화재연구소가 국감자료로 제출한 `방염제 성능시험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섯 가지 방염제의 사용횟수와 방염효과는 무관하다는 게 성능실험 결론이었다. 많이 뿌린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예산을 8억원이나 써가며 계속 뿌려댔다는 것이다.
국보급 목조 문화재의 피해는 심각하다. 얼룩지고, 칠이 벗겨지며, 백화·광택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어떤 약이나 식품이 몸에 좋단다고 마구 먹어대 오히려 몸을 망치고 마는 꼴이다. 담당자들의 무지와 무책임이 빚어낸 현상이다.
더욱 한심하기는 감독기관인 문화재청이다. 도포(塗布) 현황조차 감감하다는 것이다. 어느 문화재에 얼마나 많은 방염제를 뿌렸는지 조차도 모르고 헛돈만 썼다는 결론이다.얼마전에는 `묻지마 방화’로 목조 문화재가 피해를 입더니, 이번엔 마구잡이 방염제 도포가 말썽이다.
문화재 당국은 이제라도 현황 파악을 서두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추가 피해를 막고 원상복귀도 해야 한다. 목조 문화재의 보고(寶庫)인 경북지역은 더 시급하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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