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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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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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비가 자주 오고 더위도 극심하여/ 풀과 나무 무성하니 파리 모기 꼬여 들고/ 땅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집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리니 흙이 젖고 숨 막혀 맥 빠질 듯 하던 차에/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조선조 말엽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농가월령가 유월령 첫머리 일부다. 음력6월의 기후와 농가 세시(歲時)를 노래한 거다. 윤년 아닌 평년의 음력6월은 대개 양력7월 7일경부터 8월 7일 사이이니 바로 요즘이 그 한가운데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날 농촌풍경이 옛날과 같을까마는, 글이 묘사하는 내용과 지금 농촌 풍경을 대비해 보면 큰 틀에서는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장맛비가 사흘이 멀다 하고 자주 퍼붓는데다 더위는 하마 최고조에 달했다. 시골에서 밤을 새워 보면 나락논의 참개구리 울음소리가 와글와글 정겹지만 파리 떼와 모기 극성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왕매미소리 아스라한 대낮이면 새참인지 점심인지 중국집 배달오토바이소리가 들녘 여기저기 요란하다. 마을 정자나무 그늘 아래엔 반주(飯酒) 뒤끝을 못 이겨 스르르 팔베개를 한 농부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오늘이 대서(大暑)요, 엿새 뒤면 가장 덥다는 중복이다. 그 이름값 헛되지 않게 전국 곳곳의 수은주가 연일 섭씨 35도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름 치고 안 더운 해 있었을까마는 지나간 그 어느 해의 여름이 이렇게도 매매 더웠던가 싶고 괜한 데다 짜증도 낸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저 기력 잃지 않도록 삼계탕이라도 간간이 챙겨 먹으면서 이 염제(炎帝)의 치하를 스스로 견뎌낼밖에. 제 아무리 지독한 금년 더위라지만 한 보름 있으면 달력엔 어김없이 가을 추 자(立秋)가 뜰 것이지 않은가.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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