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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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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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 멎자/ 매미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 오다 멎고,/ 매미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 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김종길의 시 `또 한여름’의 일부다. 시인에게 여름은 소나기가 내리다 그치고, 다시 매미가 세차게 울며 그러다 소나기 또 퍼붓고를 반복하다 한철이 지나가는 속절없는 계절이었던가 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왕매미는 더위도 아랑곳없이 그 울음이 사방에 맹렬하다. 잠시 울다 소멸할 미물에겐 가는 여름이 아쉬운 걸까.
 한 보름 남짓 온통 폭염경보로, 주의보로, 또 열대야로 사람들을 볶아대더니 그예 내일이 입추다. 모레는 더위의 막바지라는 말복이고…. 그럴싸 그런 건지 하늘색이 더 푸르러진 듯도 하고 매미울음도 멀어져가는 기적소리처럼 한풀 꺾인 듯이 들린다. 아직 한더위야 다 지났으랴만 입추란 말만 들어도 느낌이 좀은 서늘해진다. 아마도 어서 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왔으면 하는 마음속 바람일지도 모른다.
 한 절기에서 다음 절기까지 보름 동안을 셋으로 나누어 첫 닷새간을 초후(初候) 다음 닷새를 차후(次候) 마지막 닷새를 말후(末候)라 한다. `입추에서 처서까지의 초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차후에는 흰이슬이 내리며, 말후에는 쓰르라미(寒蟬)가 운다.’고 고려사(高麗史)는 적고 있다. 입추 절기는 벼를 비롯한 각종 곡식이 여물어가는 시기다.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게 곡식 익는 데는 천만번 좋은 일이다.
 태양 황경(黃經)이 135도에 이르렀으니, 더위가 아무리 모질다 해도 이미 가을에 접어든 거다. 열대야도 머지않아 물러갈 것이며, 며칠 안 있으면 차가워서 바닷물에 들어가기 어려울 거다. `어정칠월 둥둥팔월’이라 했거니와 이제 농촌도 한숨 돌릴 시기다. 휴가 받은 도시 사람들은 고향을 찾고 잠시 한가한 시골 사람들은 그들을 맞아 도농이 어울려 천렵이라도 즐기면서, 오곡백과 여물게 하는 저 땡볕 너무 지청구 말고 지긋이 견디다 보면 또 한 여름이 후딱 지나가리라.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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