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무실로 화가 난 듯한 목소리의 여성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을 들어보니 매일 일을 하며 오가던 동네 입구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 단속이 되어 억울하다는 내용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데 억울하다. 분명히 황색신호를 보고 지나갔는데 찍혔다. 사람들 통행이 이렇게 많은 교차로에 단속 카메라가 있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아주머니의 말에 황색신호일 때에는 교차로로 진입하면 안 되며, 통행이 많은 만큼 위반도 많고 사고도 많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설치된 카메라라는 설명을 해드렸지만 이미 흥분한 상태여서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하셨다.
물론 매일 힘들게 돈을 벌며 살아가는데 신호 위반으로 6만원(승용차 기준) 상당의 범칙금을 물게 생겼으니, 돈만 생각하면 이 보다 더 아까운 것이 또 있겠는가. 하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분명 신호위반이나 속도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놓고 오늘은 운이 없어서 단속된 것이고 단속된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누군가의 교통법규 위반 때문에 억울하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억울한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스스로 교통법규를 지키는 분위기가 만들어 진다면 더 이상 단속 카메라나 경찰이 필요 없을 것이고 단속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잘못은 뉘우치고 다시 바로 잡는다면 되는 일이 많겠지만 운전 중 실수나 잘못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다 엄격하고 철저하게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등 각종 국제적인 행사가 계획되어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교통문화 수준은 어디쯤 와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앞선 교통문화와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다함께 힘을 모을 때이다.
박찬애 (경주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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